[4강] '최후 보루' 노이어, 올리버 칸의 눈물 지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7.07 13: 00

마누엘 노이어(28, 바이에른 뮌헨)가 대표팀과 소속팀 선배 격인 올리버 칸(45)의 눈물을 지울 수 있을까. 이번 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을 이기는 데 한 몫을 거든다면 그럴 수도 있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대표팀에서 A-매치 86경기에 뛴 올리버 칸은 골키퍼가 잘 나오기로 소문난 독일에서도 가장 뛰어났던 수문장으로 손꼽힌다. 특히 2001년부터 2002년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칸이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우뚝 섰을 때다. 칸은 2001년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토너먼트 내내 선방을 선보였고 발렌시아(스페인)와의 결승전에서는 승부차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런 칸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미하엘 발락과 함께 독일을 결승까지 올려둔 일등공신이었다. “역대 최악의 대표팀”이라는 혹평을 받았던 독일은 16강부터 4강까지 모두 1-0 승리를 거두며 결승까지 내달렸다. 대진운도 대진운이었지만 3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칸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말 그대로 영웅적인 활약이었고 “골키퍼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라는 명제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경기 도중 골대에 손을 부딪혀 손가락 부상을 입은 칸은 후반 23분 히바우두의 중거리 슈팅을 잡았다 놓쳤다. 칸이었다면 응당 잡을 수 있었던 이 공에 주목한 딱 한 선수는 호나우두였다. 쇄도하던 호나우두는 공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해 전진한 칸을 유유히 따돌리며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넣었다. 발락의 경고누적 결장으로 브라질의 수비벽을 뚫을 힘이 없었던 독일로서는 그 자체가 패배였다. 결국 독일은 0-2로 졌다.
팀을 결승까지 올려뒀지만 돌아온 것은 뼈아픈 실수로 인한 준우승이었다. 경기 후 골포스트에 기대 아픈 손가락을 움켜쥐고 멍한 듯 허공을 응시하는 칸의 모습, 그리고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호나우두의 모습은 당시 결승전을 딱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한다. 그리고 독일은 그 후 브라질을 월드컵에서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칸의 아픔을 기억하는 독일은 노이어가 그 기억을 씻어주길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모든 선수들의 몫이 중요하지만 최후방을 지키는 노이어의 짐은 누구 못지않게 크다. 풀백 자원이 부족한 선수단 구성상 센터백 네 명으로 포백을 이루는 독일은 수비 뒷공간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오른쪽 수비로 돌아왔던 람은 요하힘 뢰브 감독의 전술적 필요성에 따라 언제든지 중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알제리와의 16강전에서 보여줬던 노이어의 다재다능함이 다시 요구될 수 있다.
노이어는 이미 유럽 최고의 수문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선수이자 유럽에서 가장 비싼 골키퍼 중 하나다. 이번 대회에서도 명성대로의 모습이다. 더 이상 기량적으로 증명해야 할 부분은 없다. 결국 전임자였던 칸처럼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줘야 한다. 오랜 기간 브라질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던 독일 축구가 브라질 땅에서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노이어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skullboy@osen.co.kr
ⓒ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