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닥터이방인’ 이종석, 타이틀롤 역량 입증했다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07.09 06: 57

시청자를 이방인으로 만든 텁텁하고 불친절한 드라마였다. 화려하게 시작한 드라마는 허무하게 끝이 났다. 용두사미로 끝난 작품에 남은 건 배우 뿐. 특히 타이틀롤 이종석은 마지막까지 박훈과 혼연일체된 연기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지난 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이방인' 마지막 회는 돌고 돌아 첫사랑 재희(진세연 분)와 재회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은 박훈(이종석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앞서 박훈은 대통령(김용건 분)과 손잡고 장석주 총리(천호진 분)에게 역공을 펼쳤다. 박훈의 바람은 그저 재희와의 안전. 그러나 대통령은 “잘 못해도 상주고 잘해도 상 주는 게 정치다”라는 막된 정치 논리로 박훈의 뒤통수를 쳤다.

이로 인해 박훈과 재희의 안위가 위태로워졌지만, 돌아온 차진수(박해준 분)가 장석주를 저격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재희는 상태가 위중한 장석주를 방치해 그를 죽이려 했다. 대통령도 테이블 데스를 은밀히 지시하며 장석주의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박훈만은 달랐다. 장석주가 살아나면 또다시 자신을 위협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도, 장석주를 원수가 아닌 환자로 대했다. 마지막까지 의사로서 숭고한 신념을 지킨 박훈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긴 후, 병원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1년 후. 차진수에게 총을 맞고 강으로 떨어졌던 박훈은 김태술(정인기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음을 넌지시 알렸다. 재준(박해진 분) 덕분에 박훈과 재회한 수현(강소라 분)은 한국 망명에 성공한 재희(진세연 분)를 지켜보며 두 사람의 행복을 기원했다.
'닥터 이방인'은 남에서 태어나 북에서 자란 천재의사 박훈과 한국 최고의 엘리트 의사 한재준이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메디컬 첩보멜로드라마. 박훈의 첫사랑 찾기는 우여곡절 끝에 훈훈하게 마무리됐지만, 그 여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일단 극 초반 진세연의 정체를 두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 문제였다. 그의 정체가 밝혀진 후에도, 다툼과 설득을 반복하는 도돌이표 전개는 지루함을 야기하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흥미로운 설정을 재미없게 풀어낸 지지부진한 전개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빛났다. 특히 지난해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이종석은 처음으로 도전한 의사역할에도 불구, 쉽지 않은 의학용어와 수술신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진짜 의사 박훈을 완성했다.
여기에 이종석은 순애보 사랑에 빠진 남자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의 긴장과 이완을 쥐락펴락했다. 어느덧 신인의 풋풋함을 벗고 노련함이 돋보이는 배우로 성장한 것. 무엇보다 이종석은 빈틈 많은 ‘닥터 이방인’을 매력적으로 변주하며, 무슨 역할을 맡겨도 잘 소화할거란 신뢰감을 형성했다. 무서운 성장세로 원톱의 진가를 인정받은 이종석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닥터이방인' 후속으로는 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한 남자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제안을 받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멜로드라마 '유혹'이 방송된다.
minhee@osen.co.kr
'닥터 이방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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