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WC 결산] ‘16년 만의 무승’ 홍명보호, 세계 격차 실감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15 06: 29

잃어버린 16년이다. 한국축구는 세계축구와의 벌어진 격차를 실감한 채 허무하게 월드컵에서 퇴장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경기내용도 실망스러웠지만 선수선발 논란, 홍 감독의 토지매입, 대표팀의 음주가무 등 각종 사건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홍명보 감독의 재신임도 책임을 회피하는 인상을 줬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재신임 발표 일주일 뒤 감독직에서 사임했다.

▲ 이근호의 선제골이 준 희망
베스트11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믿음은 변치 않았다. 논란의 주인공인 박주영, 윤석영, 홍정호 등이 모두 선발로 나섰다. 세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아쉬운 플레이로 술자리 안주가 됐다. 뚜껑을 열어보자 러시아는 해볼 만한 상대였다. 한국은 경기를 주도했지만 결정적 슈팅이 터지지 않았다. 손흥민, 구자철 등 2선 공격수들이 공격에 가담했지만,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해결사는 이근호였다. 후반전 조커로 투입된 이근호는 후반 23분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러시아의 야신’이라던 골키퍼 아킨페예프가 실수로 공을 더듬으며 실점했다. 첫 골의 주인공 이근호는 일약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동갑내기 박주영의 플레이에 답답했던 국민들은 이근호의 저돌적 플레이에 열광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한국은 득점 후 단 6분 만에 케르자코프에게 실점했다. 평가전부터 불안했던 수비조직력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 골만 먹지 않았다면 첫 승을 거둔 한국의 월드컵 양상은 전혀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한국은 러시아전 무승부로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 만만하게 봤던 알제리, 전반에만 3실점 ‘와르르’
기대는 알제리전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알제리는 주전 5명에 변화를 주고 공격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전 베스트11을 또 한 번 믿었다. 부진했던 박주영 등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줬다. 결과는 대참사였다.
한국은 전반전에만 세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더구나 단 12분 동안 세 골을 먹었다. 첫 실점을 한 순간부터 선수들은 사실상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전반전 한국은 단 하나의 슛도 때려보지 못하고 무기력했다. 국민들은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의 ‘따봉’에 화를 억누르지 못했다.
후반전 손흥민이 한 골을 만회했다. 하지만 이어 브라히미에게 또 실점을 했다. 이미 3골 차, 구자철이 추가골도 의미가 없었다. 한국은 이미 월드컵에서 탈락한 것처럼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1승 제물로 만만하게 봤던 알제리에게 호되게 당했으니 충격이 두 배였다.
▲ 10명이 싸운 벨기에에게 통한의 패배
홍명보 감독은 고집을 꺾고 김승규와 김신욱을 처음 선발로 썼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김승규는 공중볼 장악과 반사신경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198cm의 김신욱도 벨기에 수비수들과 경합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희망을 봤다. 전반 막판 김신욱의 허벅지를 밟은 드푸르가 퇴장을 당하며 한국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잘 싸우던 김신욱의 후반전 교체는 두고 두고 아쉽다. 지동원, 김보경, 이근호까지 투입해봤지만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32분 얀 베르통언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경기 후 손흥민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잔인한 결과는 실력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였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국은 1무 2패로 초라하게 짐을 쌌다. 반성하는 모습으로 조용히 귀국했더라면 모양새라도 좋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음주가무 회식, 정성룡의 ‘퐈이아 사건’ 등으로 공분을 샀다. 결국 인천공항에서 일부 팬들은 대표팀에게 엿 세례를 던지며 ‘한국축구가 죽었다’고 외쳤다.
브라질 월드컵은 실패했다. 하지만 이근호, 김승규 등 K리거들의 선전, 손흥민 가치의 재확인 등 소득이 없는 것만도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이 사퇴한 한국축구는 지금이라도 4년 뒤 러시아 월드컵을 바라보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실패에 대한 확실하게 책임을 진 뒤 철저한 자기반성과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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