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하 “데뷔작서 동성 키스, 쉽진 않았죠”[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7.16 17: 44

갓 데뷔한 배우가 맞나? 신인 배우 신재하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인터뷰에도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20대 초반 배우의 의젓한 모습은 신선했다. 아직 그의 이름 밑에 적인 작품은 딱 2개지만, ‘제2의 유아인’이라는 별명과 갖고 있는 재능으로 짐작하건데 촉망받는 20대 배우가 될 만한 재목이었다.
신재하는 독립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김경묵 감독)에 출연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편의점에서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작품으로 편의점과 관계된 소시민들의 고달픈 삶을 그려낸다. 그가 맡은 역할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중 한 명인 현수.
신재하는 현수 역을 통해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공명과 달달한 동성커플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영화 속 키스를 나누는 앳된 두 남자배우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큰 놀라움을 줬다. 영화를 보는 도중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렸을 정도. 데뷔작에서 동성애 연기를 하게 된 소감은 어땠을까?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저도 그 친구도 아무래도 동성끼리 키스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더라고요, 어쨌든 저희가 풀어나가야 하는 거니까…. 감독님이 밥도 따로 같이 먹고 친해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과 따로 둘이서 식사를 하고 평소에도 붙어 다니고는 했어요. 그렇게 준비를 했지만 막상 친한 거랑 키스 하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인 거 같아요. 한 8-9 테이크를 갔을까요? 더 예쁜 그림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두 세 번하면서 익숙해졌어요. 편해졌죠.”
 
문제의 신을 준비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은 생각보다 치열했다. 신재하는 실제 동성애자 친구에게 감정적인 부분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고 도움을 받았다. “성별을 제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 생각해라, 남자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좋은 거다”라는 친구의 말이 이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공명과는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이후 더 돈독한 사이가 됐다.
“어쨌든 저희만의 추억거리가 있으니까요. 장난도 잘 치고, 더 돈독해졌어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배우들끼리 워낙 친해져서요. 저희끼리 만나면 감독님도 연령대가 낮으시다 보니 함께 술 게임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거리고 나누고요. 따로 만나기도 하고요.”
작은 영화지만 데뷔작에서 첫 주연을 한 소감은 어떨까? 가장 먼저 돌아오는 답은 “정신이 없었다”였지만 학교에서만 배우던 것을 실제 현장에서 접한 새내기 배우의 생기 넘치는 소감이 돋보였다. 감독님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영화 뿐 아니라 촬영 자체가 처음이었던 거라 정신이 없었어요. 분량이 작기는 하지만 주연이기도 해서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요. 또 하루에 모든 촬영을 끝냈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감독님이 원하시는 게 있었는데 그런 것 못 해보기도 했고. (편집된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님께 했던 말은 ‘죄송하다’였어요. 사실 워낙 촬영 여건도 안 좋았고 시간도 없어서 감독님도 배우들도 시도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못한 게 많았고 그래서 그런 게 더 잘 느껴졌나 봐요. 여건이 그렇긴 했지만 우리가 우리 몫을 다 못한 거 같아 죄송했어요.”
 
현재 신재하는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이다. 연극영화과가 아닌 뮤지컬학과를 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을 꿨기 때문이다. 아버지와의 오랜 갈등 끝에 연기자의 길을 택할 수 있었다고. 가장 닮고 싶은 배우는 같은 학교 동문이자 뮤지컬 배우로도 유명한 조승우다.
“조승우 선배님처럼 되고 싶어요. 선배님은 제가 앞으로 가고 싶은 길에 먼저 가고 계신 분인 것 같아요. 선배님처럼 나이가 들었을 때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요. 뮤지컬만 하고 드라마만 하고, 혹은 영화만 해야 한다는 선입견 없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신재하는 제2의 유아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깔끔한 마스크에서 풍겨 나오는 순수하고 세련된 인상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그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저는 정말 모르고 있었어요. 인터뷰를 갔는데 그런 말씀을 하셔서 저 스스로도 깜짝 놀랐죠. 정말 너무 좋아요. 너무 좋은데…. 제가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웃음)”
이제 막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신재하는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역할들을 알려주며 의욕을 드러냈다. ‘완득이’에서의 유아인의 연기가 기억에 남았고, 다양한 작품에서 선배 배우들의 아역을 해보고 싶단다. ‘성균관 스캔들’의 박유천이 맡았던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역 같은 경우에는 워낙 아이돌 가수 분들이나 기존 아역 배우를 했던 분들이 많아서 역할을 얻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오디션을 많이 보다보니 최종까지 가는 횟수가 늘었어요.(웃음) 제 묘비명에는 ‘탑배우 신재하 여기 잠들다.’ 이렇게 적히면 좋겠어요. 연기를 잘한다, 좋은 배우다, 그런 얘기를 듣고 싶고요. 얼굴이 잘 생겼다는 말은 기대도 안 해요. 대신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eujenej@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