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연말결' 한그루, 웃겨도 지나치게 웃기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7.19 07: 00

'연애말고 결혼'의 한그루가 여배우로서의 한계치를 뛰어넘는 듯한 물오른 코믹연기로, 시청자를 웃기고 또 웃겼다.
여성미를 강조한 여배우의 흔한 캐릭터는 일찌감치 내려놓은 듯한 한그루는 그간 처절하게 찌질한 모습, 몇 차례 반복된 리얼 만취연기 등으로 매회 이슈와 화제를 만들어냈다.
지난 18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연애말고 결혼'(극본 주화미, 연출 송현욱) 5회에서는 이런 그동안의 망가짐을 한 단계 더 뛰어넘은 듯한 궁극의 상황까지 소화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만들었다.

이날 장미는 전 남친 훈동(허정민 분)의 오해 섞인 격한 포옹, 계약연애 중인 공기태(연우진 분)과의 거짓 데이트와 인증샷, 한여름(정진운 분)과의 깜짝 키스까지 다양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펼쳐냈다.
기태를 비롯해 시청자까지 당황케 만들었던 장면은 중후반부터 심한 복통으로 시종 배를 움켜잡는 장미의 모습에서 예고됐다. 뱃속의 가열찬 신호에도 좀처럼 화장실 갈 타이밍을 잡지 못했던 장미는 결국 기태 어머니 신봉향(김해숙 분)을 비롯한 여러 어른들과 동석했던 와인모임을 사색이 된 채 뛰쳐나와야만 했다.
장미는 '태풍상륙'이라는 자막과 함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해결 장소를 황급하게 찾아 헤맸지만 결국 머리위로 떨어진 벼락 CG와 곁들인 천둥소리와 함께 거리에서 바지를 입은 채로 '끔찍한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흡사 넋이 나간 듯한 심들린 동공연기는 장미가 처한 믿기 힘든 사태를 설명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괜찮아?"라며 뒤를 쫓아나온 기태를 향해 "오지마. 가까이 오지마"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숨이 넘어갈 듯 내뱉는 간절한 절규 장면은 웃음을 넘어 슬퍼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핸드백으로 엉덩이를 필사적으로 가린 채 "이게 다 너때문이야. 가, 저리가라고.. 제발 가"라며 울먹이는 장미, 그리고 "왜 그러는 거냐"며 한 걸음씩 자꾸 다가오는 기태. 잠시 후 그들 사이에 불어닥친 매정한 바람은, 기태의 코에 현재 장미가 처한 상황을 또렷한 냄새로써 전달했고, 뒷걸음질하게 만들었다.
한그루는 어떤 여배우도 감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끔찍한 상황 연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장미의 처참한 기분마저 안방 시청자들에 고스란히 전달해 많은 이를 웃프게 했다.
수시로 변화하는 표정, 폭넓은 목소리 톤, 커다란 리액션,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몸연기 등을 모두 소화중인 한그루는, 드라마 '연애말고 결혼'의 몇몇 불편한 단점까지도 덮어버릴 정도로 단연 돋보인다. 한그루가 이 작품을 통해 향후 '20대 차세대 여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gato@osen.co.kr
'연애말고 결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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