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계약, 역시나 홀라당 눈맞은 안방극장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7.22 15: 17

사무적인 계약 관계, 일명 비즈니스 연애로 시작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tvN ‘연애 말고 결혼’을 필두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SBS ‘유혹’까지 필요 혹은 호기심에 의해 손잡은 남녀가 어느새 불타는 사랑을 하게 되는 ‘계약 연애’ 판타지가 안방극장을 물들이고 있다.
금토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이 흔해 빠진 계약 연애 이야기로 여성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자극하며 순항 중이다. 남녀 주인공 연우진과 한그루의 좌충우돌 계약 연애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성공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
잘생기고 멋있지만 결혼에는 관심 없는 남자 공기태(연우진 분)와 복수를 위해 기태의 연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주장미(한그루 분)는 티격태격 싸우는 과정에서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중. 특히 인간 관계 형성을 냉소적으로 여기던 기태가 유독 장미 앞에서만 감정을 드러내면서 여성들이 좋아하는 ‘신데렐라’ 속 ‘왕자님’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초반 한그루의 거침 없이 망가지는 연기가 주목을 받았던 이 드라마는 기태 역의 연우진 특유의 생활 연기가 기태를 더욱 멋있게 만들며 안방극장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있다.

연우진이 멋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망가지는 한그루가 사랑스럽다는 호평이 쏟아지는 것은 계약 연애라는 안방극장 스테디셀러 소재가 또 한번 통했기 때문이다. 유치하고 식상한 이야기여도 계약 연애로 묶인 남녀가 점점 사랑에 빠지고 무엇보다도 멋진 남자가 다소 평범한 여자에게 매달리는 극적인 반전이 주는 재미는 ‘연애 말고 결혼’의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내친김에 ‘계약 결혼’이다. 부잣집 남자이지만 30대에 절명하는 집안 내력을 가진 이건(장혁 분)과 지극히 평범한 여자 김미영(장나라 분)이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후 미영이 임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건이 후손이 중요한 가풍 탓에 미영과 억지로 결혼한 후 출산 직후 이혼하자고 달려드는 까닭에 두 사람은 시한부 부부인 셈이다.
사랑하지 않은 채로 결혼한 후 뒤늦게 로맨스를 형성하는 게 이 드라마의 주요 뼈대. 겉으로 보면 망나니지만, 착하디 착한 미영에게 조금씩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연애 말고 결혼’ 속 계약 연애가 결혼으로 발전한 것을 빼면 상당히 흡사한 구조다. 장혁의 코믹 연기와 장나라의 공감 가득한 캔디 연기가 어우러지며 계약 결혼이라는 말도 안 되는 판타지 세계를 다루면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미영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안기는 짜릿한 재미가 더해지는 중이다.
두 드라마가 달달한 이야기를 주축으로 한다면, ‘유혹’은 치명적인 멜로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네 남녀의 예측불허 사랑이야기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재력을 갖춘 여자 세영(최지우 분)이 아내가 있는 남자 석훈(권상우 분)에게 10억 원을 미끼로 사랑을 시험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석훈이 세영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면서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 시한부 ‘계약 연애’를 하고, 이후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네 남녀의 갈등이 주된 이야기다. 다소 불륜으로 다뤄질 수 있는 ‘유혹’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연애 말고 결혼’에 비해 정통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진심이 아닌 계약으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아슬아슬한 로맨스의 공통점이 있다.
계약 연애와 계약 결혼은 로맨스를 내세우는 드라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설정. 그만큼 평범하게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갈등 끝에 결실을 맺는 이야기보다는 현실에 없을 법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쫄깃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가벼운 ‘연애 말고 결혼’과 ‘운명처럼 널 사랑해’, 조금 더 끈적끈적한 관계를 다루는 ‘유혹’이 선사하는 교제인 듯, 교제가 아닌 듯, 교제하는 사이인 두 남녀의 이야기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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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SBS,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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