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장고 끝에 잔류 선택한 배경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7.24 12: 17

두산 베어스 김동주(38)가 심사숙고 끝에 자신의 거취를 결정했다.
두산은 24일 김동주가 지난 23일 저녁 두산의 김승호 운영팀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정리했다고 전했다. 김동주는 이 자리에서 “올 시즌 남은 기간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며, 1군과 퓨처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있는 곳에서 충실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후 “아직까지 김동주의 웨이버 공시 요청은 없었다.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으니 갑자기 웨이버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관계자의 말대로 김동주가 원한 것은 웨이버 공시가 아니었다.

웨이버 공시는 현 시점에서 선수가 팀을 옮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실패할 경우 치명적이다. 김동주 케이스에 대입해도 마찬가지다. 웨이버로 풀렸을 때 어느 팀에서도 데려가지 않는다면 명예롭지 않은 은퇴 외에는 길이 없을 수도 있다.
웨이버로 팀을 옮기지 못할 경우 트레이드도 힘들다. 쉽게 말해 웨이버 공시된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것은 공짜로 줘도 안 갖겠다는 듯이다. 따라서 다른 선수, 혹은 현금을 내주며 트레이드로 영입할 팀은 없다. 트레이드는 웨이버 이적에 실패했을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시기적으로 뒤에 있을 뿐,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은 웨이버 이적보다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거취를 놓고 신중히 생각해보겠다고 했던 김동주의 선택은 웨이버 공시가 아닌 이상 잔류일 수밖에 없었다.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것은 다른 팀이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조금이라도 기량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웨이버 공시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김동주의 경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반대로 두산에 남아 있으면 9월에 엔트리가 확장될 때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남길 수 있다.
김동주가 웨이버 공시 마감일 직전인 23일 오후 늦은 시간에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한다. 트레이드를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지만, 웨이버 공시가 아니면 잔류밖에 길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더 끌지 않고 구단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신 김동주는 시즌 종료 후에는 구단과 협의해 진로를 결정할 수 있게끔 합의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두산에 남거나 보류선수 명단 제외 등의 방법을 통해 다른 팀으로의 이동을 다시 모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동주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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