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김남길 "'캐리비안' 조니뎁에 '의리' 더했다"[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4.07.24 17: 45

배우 김남길이 독특한 캐릭터로 우리 곁에 돌아온다. 내달 6일 개봉하는 한국형 해양 액션 어드벤쳐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이하 '해적')을 통해서다.
앞서 지난 23일 '해적'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끝낸 직후 미디어데이를 통해 취잰진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차례 나눴던 김남길은, 공식 인터뷰를 위해 찾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의 한 카페에 앉아 전날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또 한 번의 수다 타임을 시작했다.
# 김남길, 이 남자 웃기다

늘상 화면 속에 보여지던 그 김남길과는 사뭇 달랐다. 중저음이 아닌 하이톤에 가까운 격앙된 목소리에, 재미난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쏟아진다. 영화 '해적' 속에서 김남길이 맡아 연기한 산적 두목 장사정 캐릭터와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 앞서 손예진이 "장사정은 평소 오빠의 모습"이라는 말이 십분 와닿는 순간이었다.
"장사정은 제 모습과 비슷해요. 매사에 긍정적이죠. 관군들에게 쫓기는 긴박한 순간에도 계속 웃을 수 있는 유쾌함 같은거요. '허당기'도 일면 비슷해요. 근데 사실 사람이 한 패턴만 가지곤 살 수 없잖아요. 마주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태도, 오지랖의 정도가 전부 달라지죠.(웃음)"
반면, 김남길을 향한 대다수 일반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에 가깝다. 이는 분명 다수의 작품 속에서 냉혈한이나 악역 캐릭터를 맡았던 탓이리라. 때문에 생각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눈앞에서라도 받아들이는 데 다소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런 모습을 여태 왜 숨겼느냐?'고 묻자 '낯가림'이라는 단어로 답변을 이어간다.
"말을 안 하면 날카로워 보여요. '차갑다' '못됐다'는 얘기를 종종 듣죠. 영화 '강철중'을 찍을 때도 '독해보인다'고 했어요. 지금도 그런 느낌이 있는데, 이건 사실 느와르 멜로에 대한 어릴적 로망 때문이에요. 홍콩 영화 속 양조위가 연기했던 역할들에 대한 갈망이 있었거든요. 휴… 혹시 그런 게 패착인걸까요?(웃음)"
# 어서와, 사극은 익숙하지?
사극 작품 속 김남길의 모습은 대중에게 익숙하다. 앞서 김남길이라는 배우를 만천하에 알린 드라마 '선덕여왕', 그리고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영화 '미인도' 속에서 김남길의 모습이 아직도 뇌리 깊은 곳에 박혀있다.
"사극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어요. 또 돌아가긴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이었죠. 공백기가 생기고 퇴보하고 있다는 조바심도 들었어요. 드라마 '상어'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기도 했죠.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생각,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 국내에서는 처음 다뤄지는 해적이라는 소재 등이 '해적'을 택하게 이끌었어요."
그는 지인의 표현을 빌어 드라마 '상어'를 야구에 비유, '아웃이 아닌 파울'이라 강조했다. 드라마 '상어'가 자신의 연기 인생에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미끄러지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올라오면 되거든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안 좋은 일들이 롤러코스터처럼 반복됐지만, 그저 탄탄대로만 달리다가 확 미끄러지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고 여겼죠. 분명 내게 있어 약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 잭 스패로우에 '의리' 추가요
'해적'은 영화 타이틀로 인해 공교롭게도 등장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과 비교선상에 오르내렸다. 이는 '해적'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석훈 감독이 "'해적'이 '캐리비안의 해적'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발언으로 더 활활 불 붙었다.
"저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어요.(웃음) 조니 뎁에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아무래도 '해적'이라는 소재의 영화들이 한정적인 만큼, '캐리비안의 해적'을 참고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참고는 했지만, 장사정에게 어떻게하면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색깔을 입힐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부단한 노력의 결과일까. '해적'의 장사정은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조니 뎁)와 분명한 차별선을 그었다. 잭 스패로우 특유의 유쾌함 코드는 안고 가지만 고려시대의 별장이었던 과거 신분, 형제 같은 동료들의 존재, 이성계에게 칼을 내던질 정도의 패기 등이 지금의 장사정 캐릭터를 완성했다.
"조니 뎁이 연기했던 잭 스패로우의 유쾌한 성향을 바탕으로 하여 의협심, 의리,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충절 등과 같은 한국적인 정서가 더해졌어요.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죠."
영화 '폭풍전야'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 그리고 이제껏 제대로 보여준 적 없는 코믹함이 묻어나는 캐릭터다. 김남길은 스스로 "연기에 힘을 뺐다"며 '현재 진화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재차 당부했다.
"다시 출발선에 서있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거든요. 무거운 느낌의 장르에서도 힘을 빼고 편안하게 연기를 할 수 있을 때 그게 바로 '진화'라 생각해요. 그렇게 됐을 때라면 로맨틱 코미디 장르도 제대로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은 아니에요. 이제 겨우 알아가는 단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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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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