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최은성, 진정한 팬서비스란 이런 것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25 06: 42

거스 히딩크(68) 감독과 최은성(43)이 축구팬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 경기가 2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다. 한국축구가 낳은 레전드 박지성(33)과 이영표(37)가 K리그 스타들을 상대로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추는 특별한 한판대결이다.
한국축구연맹은 24일 오후 6시 이례적으로 양 팀의 연습장면을 일반 팬들에게 공개했다. 스타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적은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이었다. 비록 팬들은 관중석에서 연습을 지켜봐야 했지만, 본 경기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한 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연습이 끝나갈 즈음 박지성 팀의 수장 히딩크 감독이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 때 관중석에 있는 팬들이 애타게 히딩크의 이름을 불렀다. 히딩크는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경호요원의 만류에도 관중석으로 다가가 친절하게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겉치레로 한두 명 해주고 그친 것이 아니었다. 히딩크는 10분가량 머물며 최대한 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팬들이 우르르 몰려 히딩크 앞에 줄을 섰다. 하지만 그는 찡그린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일일이 미소로 화답했다. 세계적 명장인 히딩크보다 ‘히동구’란 애칭으로 불리는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이후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퇴장했다.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겼다. 쑥스러운 탓인지 팬들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둘러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물론 선수들이 팬들에게 예정에 없는 사인을 해줄 의무는 없었다. 선수들이 사인을 해주면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 안전사고가 생길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사진촬영을 하는 팬들을 보고 환하게 웃어주면서 손 한 번 흔들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일부 선수는 이마저도 하지 않고 라커룸으로 들어가 아쉬움을 남겼다.
모든 선수가 팬들을 실망시킨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일 상주 상무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골키퍼 최은성은 달랐다. 팬들이 부르자 관중석으로 다가간 최은성은 성심성의껏 사인에 임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을 본인도 즐기는 모습이었다. 시간관계상 최은성이 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씨가 사인을 받지 못한 다른 팬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졌음은 물론이다.
이날 비가 추적추적 내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운동장에는 약 1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그야말로 이들은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골수팬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많은 선수들은 팬서비스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은 선수들에게 거창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진심으로 팬들을 대한다면, 사소한 것들이 쌓여 K리그의 큰 인기로 이어질 수 있다. 올스타전을 앞둔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과 최은성에게 가장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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