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끝사' 정경호 연기 보는 맛이 '끝없는'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4.07.27 15: 01

까칠하다가 귀엽다가 때로는 묵직하고 처절하다.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정경호의 활약이 매회 눈부시다. 그를 보며 웃다 울다 화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정경호는 SBS 주말 특별기획 ‘끝없는 사랑’에서 한광철 역을 열연하고 있다. 형 한광훈(류수영 분)의 여인 서인애(황정음 분)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남자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주먹질을 일삼으며 거친 삶을 살아왔지만 누구보다 의리와 인간미로 무장한 남자다. 또 서인애를 향한 순정은 어찌나 그리도 예쁜지, 안방에서도 한광훈-서인애 커플보다 한광철-서인애의 결합을 응원하는 목소리들이 오히려 거셀 지경이다.
정경호는 안면근육을 움직이며 다양한 표정들을 만들어낸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거나 아끼는 가족들의 위험 앞에서 분노하는 모습을 그릴 땐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카리스마다. 하지만 홀로 짝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상대 서인애 앞에서는 또 이토록 달달한 남자일 수가 없다. 최근엔 김세경(전소민 분)과 맞닥뜨려 티격태격하는 중인데 이때 선보이는 모습은 또 다르다. 귀엽고 능청맞은 매력이 일품이다.

‘끝없는 사랑’은 굴곡졌던 우리의 1980년대 역사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위해 분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거대 권력에 저항하고 운명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사연 때문에 자칫 무겁고 어렵게 흘러갈 수 있는 스토리를 더 맛깔스럽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류수영이나 황정음 정웅인 심혜진 등 출연진 모두가 고르게 연기 호평을 얻고 있지만 그 중에도 압권인 건 정경호의 연기력이다.
정경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오가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분노와 슬픔, 사랑과 기쁨 등 낙차가 큰 감정의 폭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것. 게다가 매력적인 비주얼 자랑은 덤이다. 워낙 비율이 좋은 몸매에 깔끔한 복고 수트가 딱 맞아 떨어지며 근사한 사나이로 태어났다.
한광철은 극 초반부터 온갖 우여곡절을 지나왔다. 서인애를 구하려다 바다에 빠졌고 일본으로 건너가 내기에 목숨을 건 파이터로 살아야했다. 그러다 이를 시기한 무리들에 의해 죽을 뻔 했는데 은인 손회장(이동신 분)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된 인물이다. 지금은 손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사업가로도 입문했는데 형 한광훈과 엇갈린 사랑에 아파하는 서인애를 보는 게 고역이다. 그 와중에 미워하기 어려운 국무총리의 딸 김세경이 접근하고 있어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그의 이 같은 롤러코스터 삶은 어쩐지 위태로운 결말을 예감케 한다. 한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걸줄 아는 이 순정남의 사랑은 이뤄질까. 해묵은 갈등으로 으르렁 거리는 사이지만 형 한광훈을 향한 우애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사랑과 우애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위험한 도박에 빠질 것만 같은 한광훈의 행보에 시청자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실감나는 정경호의 연기에 드라마 보는 재미가 고소한 주말 밤이다. 이 근사한 배우의 남은 행보는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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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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