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킹’, PD교체 잡음만 남긴 복합장르 나쁜 예 [종영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7.28 07: 29

죽도 밥도 아니었다. 종영한 ‘호텔킹’은 PD 교체 잡음과 산으로 간 전개만 남긴 복합 장르 드라마의 ‘나쁜 예’였다. 매회 반복되는 극단적인 전개는 시청자들에게 짜증만 남겼다. 스릴러와 로맨스의 애매한 결합은 이 드라마가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게 했다. 무엇보다 방영 중 벌어진 PD 교체를 둘러싼 잡음은 크나큰 오점이었다.
지난 27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은 국내 유일의 7성급 호텔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속녀와 그를 위해 아버지와 철저한 적이 된 총지배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친부모와 모두 적이 된 차재완(이동욱 분)의 짠한 분투기와 일과 사랑을 모두 지키기 위해 발악하는 아모네(이다해 분)의 성장기를 담았다. 마지막 회는 재완과 모네가 호텔 씨엘 아래 돌고 돌아 행복한 결혼을 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그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모네의 아버지 죽음에 얽힌 비밀은 종영을 1회 남긴 31회에 드러났는데, 무려 30회를 끌고 오는 동안 지지부진한 스릴러 전개는 긴박감을 주는 대신 짜증을 선사했다. 이유 없는 악행을 반복하던 재완의 부친 이중구(이덕화 분)는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모네의 친아버지에 대한 자격지심을 드러냈지만 모든 악행의 이유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없었다.

극과 극을 오가는 전개는 개연성이 없었고, 불사조마냥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중구 존재 자체가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다. 중구에게 휘둘리는 사람은 재완과 모네, 그리고 재완의 모친인 백미녀(김해숙 분)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만 갔다. 중구가 씨엘에 대한 그릇된 집착을 보이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고, 그로 인한 재완과의 갈등은 현실성이 없었다. 갈등은 재완이 고달프기 위한 단순한 수단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촘촘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사실 ‘호텔킹’은 첫 방송에서 의문 가득한 이야기와 톡톡 튀는 로맨스 요소가 어우러지며 안방극장의 복합 장르 성공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별에서 온 그대’ 등이 복합 장르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호텔킹’은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뒤죽박죽 이야기가 섞여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가 됐다. 앞뒤가 맞지 않은 개연성 없는 전개와 설득력을 잃어버린 캐릭터는 위기와 갈등, 봉합이 반복되는 기존 막장 드라마와 궤를 같이 했다.
첫 방송에서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우면서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 구성과 뻔하지 않은 전개로 기대를 받았던 이 드라마는 중반 들어 길을 잃었다. 결국 연출자 교체를 둘러싸고 MBC 사측과 드라마본부 평 PD들 사이 대립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드라마 외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연출자였던 김대진 PD와 조은정 작가가 갈등을 보였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연출자 교체를 단행하면서 드라마본부 소속 평PD들이 크게 반발한 것. ‘호텔킹’은 산으로 가는 전개와 함께 연출자 교체 논란의 그림자가 덧씌워지며 상처가 생겼다. 특히 동시간대 1위 드라마였던 KBS 1TV ‘정도전’에 밀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도 컸다. MBC는 주말 오후 10시대에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워 그동안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나마 ‘정도전’ 종영 후 1위에 올라서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이중구의 악행만 주목이 가는 진부한 설정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덕화, 김해숙 등 중견 연기자들과 이동욱, 이다해, 왕지혜, 임슬옹, 진태현 등 젊은 연기자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크게 빛을 보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쉽다.
한편 ‘호텔킹’ 후속으로는 죽음을 앞두고 하나 뿐인 아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려는 한 여자와 남편의 옛 연인과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한 여자의 우정을 그린 ‘마마’가 다음 달 2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송윤아, 정준호, 문정희, 홍종현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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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킹’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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