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의 '해적', 숨은 주인공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7.30 08: 53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석훈 감독, 이하 해적)은 '유해진의 해적'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남녀 투톱 주인공으로 나선 배우 김남길, 손예진과 함께 롤러코스터 같은 극을 이끄는 배우는 유해진이다. 가히 '쓰리톱 영화'라고도 부를 만 하다.
'해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을 받아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이 벌이는 바다 위 대격전을 그린 영화.
극 중 유해진이 분한 철봉은 유일하게 해적과 산적을 오가며 활약(?)하고 그들의 연결고리를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해적과 산적, 두 개의 정체성을 지닌 철봉을 놓고 두 집단이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웃음바다가 된다. 두 집단의 교집합이나 어느 쪽에도 부족함이 있어 인간미(?)가 너민다. 

특히 유해진의 진지와 코믹을 오가는 비주얼과 연기는 해양 어드벤처인 이 영화의 분위기를 담당한다. 지금껏 많은 작품에서 악역과 선인을 오가며 팔딱 팔딱 생생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가 전세대를 아우르는 이 어드벤처물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이다.
철봉은 고래는 커녕 바다 구경도 못해 본 주제에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며 바다로 향하는 산적단을 한심하게 생각하지만, 서열 2위로 초고식 승진하며 바다 행을 함께 하는 캐릭터. 영화의 열두 캐릭터 중 관객들과 가장 맞닿아있고 웃음을 제공한다.
덥수룩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헤어스타일, 며칠 동안 갈아입지 않은 듯 보이는 누더기 의상은 바다와 산을 오가는 조선의 도적 철봉의 외면을 완성한다. 이런 산적 분장을 하는 데에 5분도 안 걸린다고 밝힌 유해진은 맛깔 나는 연기로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적역이라고 할 만한 캐스팅을 보여준다. 유해진은 웃기면서도 묵직하고, 선 굵은 연기자이면서도 말랑말랑한 반대의 매력을 지녔다.
산적의 수장 장서정 역을 맡은 김남길이 기존의 무게감을 벗고 '웃긴 김남길'을 보여준 것과 쿵짝을 맞춰 유해진 특유의 호감 높은 유쾌함이 이 영화를 한 바탕 시끌벅적한 여름용 오락물로 만들어낸다. 지긋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집단 내 '막내'를 담당하는 철봉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영화의 한 감상법이다.
김남길, 손예진, 유해진 외에도 이경영, 오달수, 김태우, 박철민, 신정근, 김원해, 조달환, 이이경, 설리(에프엑스) 등이 출연해 멀티 캐스팅을 완성했다. 내달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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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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