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진 외모와 신곡 홍보의 상관 관계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8.06 16: 17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새 앨범이 나온다는데 가수가 머리를 잘랐냐, 길렀냐, 콘셉트가 섹시냐 큐트냐부터 홍보하는 거 이상하지 않아요? 도대체 앨범의 콘셉트는 뭘 말하는 겁니까."
2006년 한 유명밴드의 멤버가 인터뷰 중 했던 말이다. 내가 그런 질문을 한 것도 아닌데,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내 대답을 원해서 대충 둘러댔던 기억이 있다. 따지고 보면 매우 맞는 말인데, '이 사람, 롱런하진 않겠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꼭 그런 고집(?) 때문이라 볼 순 없지만, 이후로 그 밴드가 발표한 몇곡의 신곡들은 이전과 같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앨범 티저로 가수의 달라진 외모를 공개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시대가 됐다. 하다못해 당시 그 밴드보다 더 '열악'한 인디 밴드 및 힙합 뮤지션들 조차도 전문 홍보인 못지 않은 '떡밥 홍보'와 노이즈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6일 가요계 단연 화제의 인물은 박보람이다. 살뺀다는 소식만 몇년째 알려왔던 박보람은 그동안 32kg이나 감량했다면서 "옷 사이즈가 77에서 '꿈의 사이즈'인 44가 됐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이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예전 엠넷 '슈퍼스타K' 출연 당시의 '꿈의 사이즈가 아닌' 모습과 현재의 날씬한 모습을 나란히 대조시킨 사진도 함께 첨부했다.
그의 다이어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역시나 온라인은 들썩였다. 박보람은 이날 오전 내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굳건하게 지키며 다이어트가 '헛수고'가 아님을 증명했다. 그의 사진을 잘라붙여 보도자료화한 CJ E&M 직원은 상암동 사무실에서 꽤나 흡족해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다이어트는 조금 과장을 보태 '만인'의 관심사고, 드라마틱한 비포&애프터는 당연히 이들의 클릭을 부른다. 이때 덤으로 신곡 발매 날짜가 덧붙여지면, 매우 확실한 홍보가 되는 것이다. 이날의 관심이 오는 7일 발매될 박보람의 신곡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진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이날 오전 쏟아진 기획사발 홍보 자료 중에선 '우승'을 차지했다고는 볼 수 있다. 
기획사 관계자들은 다이어트 전후 사진이 '무조건 재미를 보는' 이슈메이킹 수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걸그룹은 물론이고 걸출한 남성 보컬리스트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체중 변화는 늘 관심을 받아왔다. 좀 더 '꿈의' 몸매에 가까운 걸그룹 멤버들은 건강하게 살을 뺐다는 증거로 식단을 공개하고, 일부 연예인은 복싱, 간헐적 단식 등 구체적인 노하우를 공유하며 네티즌과 '친근감'을 쌓는다. 물론 신곡 소개도 함께다.
일반 대중에게는 컴백을 앞둔 가수들의 '셀카'나 티저 이미지들이 그냥 공개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는 기획사 사무실에서 짠 철저한 계획표에 의해 나름의 절차를 걸쳐 오픈되고 있다. 여러 사진, 여러 정보들을 쭉 확보해 놓고 날짜별로 하나씩 공개, 그날의 검색어, 가장 많이 본 뉴스를 노리는 것이다. 이때 하나 이상(어쩌면 상당수)의 외모 관련 콘텐츠는 필수다. 신체 상품화를 극대화한 특이한 수식어도 함께 마련된다. 한 보컬리스트의 관계자는 "물론 노래 소개, 함께한 스태프, 뮤직비디오 정보 등도 발표한다. 하지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몇 kg 감량으로 얻은 신체 일부분의 사진이었다. 이후 체중 얘기로 계속 끌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더 뺄 살이 없을 경우엔 분위기를 확 바꾸면 된다. 이는 음악 그 자체보다 힘이 훨씬 세다. 수많은 기획사들이 컴백을 앞두고 금발머리 변신, 섹시한 옷차림, 도발적인 포즈 등을 담은 티저 이미지를 곡의 설명보다 우선하고 있다. 티저 수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천편일률은 놀라운 수준.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티저 제목이 '각선미', '개미허리', '비주얼 종결' 등이다. 좀 심한 경우에는 노래 장르도 안알려준다. 이미 프로모션이 개시됐는데도, 노래 정보를 모두 정리하지 못한 상태일 때도 많다.
"아, 그건. 잠깐만요. 작곡가한테 물어볼게요."
기자들이 흔히 듣는 멘트다. 나이가 좀 어린 가수들의 경우 "이번 신곡은요, 강렬한 섹시예요"라고 설명하고 '충분하지?'라는 표정을 짓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수의 외모가, 아니 가수의 외모'만' 화제가 되는 현실을 따지고 보면 이같은 티징 수법을 비판만 하기도 어렵다. 홍보 담당자와 가수들은 그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낸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한 여가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컴백할 때마다 몇kg를 뺐냐는 질문을 받아요. 그 부분만 화제가 되니, 제가 입만 열면 몸무게 얘기를 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 얘기가 아니면 화제가 안될 거라는 불안감이 더 커요. 다음 컴백에선 또 얼마를 더 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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