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개봉 12일만에 천만돌파...한국영화 새 신화 썼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08.10 09: 01

성웅 이순신이 한국영화의 새 신화를 썼다.
배우 최민식 주연 영화 '명량'(김한민 감독)이 오늘(10일) 오전 8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배급사인 CJ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명량'이 역대 최단인 12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전날 하루 동안 전국 109만 5334명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975만 4060명을 기록했다. 
지난 달 30일 개봉한 '명량'은 이로써 역대 12번째이자 한국영화로는 10번째로 천만 클럽에 입성하게 됐다. '괴물'이 보유하고 있던 종전 최고 21일째 천만돌파 기록을 9일이나 앞당긴 쾌거다.

'명량'의 기록적인 흥행은 새로운 신화였다. 극장가 성수기인 7월 개봉했다고는 하지만 화제의 한국영화 대작 4편('군도: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이 연이어 한 주 차이로 경쟁하기에 만만치 않은 장이 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명량'이 여름 시장의 최강자가 될 것이란 전망은 언론배급시사 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한국 현 시대의 정서와 부합하고 대중을 잡을 흥행 코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교육적이면서도 오락성을 갖고 않아 전 관객층을 공략할 만 했다. 그리고 이런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우선 개봉 당일 '군도:민란의 시대'가 보유한 55만명 기록을 깨고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68만)를 내며 심상치 않은 시작을 알렸다. 이후로는 그야말로 신기록 행진이다. 역대 최고의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의 일일 스코어(125만)를 새롭게 썼다.
경이적인 수치는 이어졌다. 모든 기록이 깨졌다.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라는 진기록을 수립하며 그간 천만 영화 속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쯤되면 문화 현상이다. 왜 어떻게 이런 흥행이 가능했을까.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수백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명량대첩'를 그려낸 영화. 여름 대작 BIG4 의 키워드를 고루 지녔다. 사극, 남자 그리고 바다. 
'명량'은 영화와 역사가 시너지를 낸 경우다. 글로만 보던 해상전투가 어떻게 영상화될 지 궁금해하던 사람들을 자극한 것이다. 영화는 내용이나 구조적인 측면에서 모든 관객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한국영화 최초로 장시간 구현한 해상 전투신이라는 큰 무기를 갖췄고, 역사는 이미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입증됐던 흥행 불패 이순신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배우 최민식이 힘을 얹었다. 판타지 영웅이 아닌 인간적 고뇌를 겪는 '멘토'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다. "된다고 말하게",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알기나 할랑가" 등이 관객들에게 명대사로 회자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영화의 '믿기 힘든' 흥행 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리더 다운 리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나라와 본인에 대한 무력함을 느꼈던 국민들의 대리만족, 여기에 최근 파장을 낳은 병영사고 등 얼룩진 사회에 던지는 희망 등을 공통적으로 꼽고 있다.
 덧붙인다면 '명량'은 "된다고 말하게"라는 이순신의 대사처럼, 한 사람이 어떻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의 믿음을 지켜내는지를 그리는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자기 신념에 가득찬 이도 속으로는 고뇌하고 아파했다는 것은 하나의 위로다.
 
최민식은 첫 천만 영화를 품에 안았다. 지금까지 천만 영화를 보유한 주인공 배우들은 송강호, 김윤석, 류승룡, 이병헌, 설경구 등. 두 번 이상 이름을 올린 배우는 송강호(괴물, 변호인), 류승룡(7번방, 광해, 명량) 설경구(해운대, 실미도)다.
이들 모두 40대 이상의 남자 주연배우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최민식도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에 대한 관객의 신뢰도를 생각해보면, 어찌보면 늦은 감도 있다. 그런가하면 극 중 왜군 장수 구루지마 미치후사 역을 맡은 류승룡은 세 번째 천만 영예다.
''명량'은 삼대(三代)가 함께 본다'라는 말이 있듯 15세 관람가로 모든 연령층이 즐겼으며 극장에서 멀어진 관람객, 즉 휴먼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찾게 만들었다. 천만영화의 특징인 재관람율 역시 높아(7일 기준 3.7%) 천만을 넘어 역대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1362만여명,영진위 공식집계)까지 넘어설 것으로도 전망된다. 분명한 건 앞으로의 영화 흥행은 이제 '명량'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nyc@osen.co.kr
'명량' 포스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