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고민, '이용규 활용법' 이게 최선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18 08: 16

한화가 애매한 고민에 빠졌다. 이용규의 활용법을 두고 시즌 내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즌 막판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다.
지난 겨울 한화는 FA 시장에서 정근우와 함께 이용규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왼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지만 재활을 충실하게 하면 6월 이후에는 외야 수비도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3월 개막부터 합류한 이용규는 재활에만 전념할 수 없었고, 결국 시즌 내 수비 복귀가 어려워졌다.
시즌 내내 지명타자로만 출장하고 있는 이용규는 후반기 들어 타격감도 많이 떨어졌다. 선발출장 대신 대타로 교체출장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그마저도 결과가 좋지 않다. 지난 16~17일 마산 NC전에서는 연이틀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왔으나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용규는 이적 첫 시즌을 맞아 93경기 타율 2할8푼9리 101안타 20타점 1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삼진(44개)보다 많은 볼넷(52개)은 그의 선구안을 보여준다. 그러나 후반기 18경기에서는 53타수 10안타 타율 1할8푼9리에 타점없이 1도루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명타자 이용규' 카드를 고수하던 김응룡 감독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선발에서 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이 자리에 전반기 막판 맹타를 휘둘렀던 김태완이 들어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다시 이용규의 몫이 된다. 이용규는 시즌 내내 자신에게 너무나도 낯선 지명타자와 대타 역할로만 한정돼 타격감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태완도 이용규와 출장 기회를 나눠갖다 보니 타격감이 들쑥날쑥하다.
문제는 '지명타자' 이용규가 팀 전력에 얼마나 효율적인가 여부에 있다. 지명타자는 전통적으로 거포형 선수들의 자리. 이용규는 정확한 타격과 선구안을 앞세운 리드오프형 타자로 지명타자 스타일은 아니다. 어마어마한 타율과 출루율이 아닌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이용규는 외야 수비를 함께 나서야 가치가 극대화 된다. 김응룡 감독도 "이용규가 외야 수비를 나가야 제대로 된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며 "언제쯤 수비에 복귀할지 모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한화는 시즌 내내 이용규를 지명타자로 고수하다 시즌 내 수비 복귀마저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용규의 타격감마저 떨어지자 활용법과 계획 모두 어그러졌다. 김태완·최진행·이양기 등 지명타자감이 충분하기에 이용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장 답답한 건 이용규 본인인다. 그는 "내가 못 치고 있으니 선발에서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답답한 마음이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올해 수비 복귀는 어려울 것 같다. 재활을 하고 있어 한 번에 나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50m 캐치볼 재활 과정에서 통증이 재발한 이후 시즌 내 수비 복귀는 사실상 무산됐다.
시즌 내내 이용규는 재활과 경기 출장을 병행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 재활과 훈련을 빠짐 없이 소화했다. 그러나 충분한 회복 시간을 주지 못하고 당겨 쓴 상황에서 최상의 성적을 바라는 건 벤치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한화는 이용규 활용법 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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