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협상 중단’ 라미레스, 다저스 결별수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8.19 06: 29

LA 다저스와 핸리 라미레스(31)가 재계약 협상을 일시 중단했다.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잔류를 위해서는 두 가지 쟁점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핵심은 라미레스의 양보다.
미 언론들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스탄 카스텐 다저스 사장의 말을 인용, “다저스가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라미레스와의 협상을 시즌 뒤로 미뤘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카스텐 사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과 선수 모두가 시즌이 마무리된 후 계약을 다시 논의하자는 데 동의했다. 현 시점에서 이치에 맞는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라미레스는 현재 우측 사근 통증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DL)에 올라있다.
라미레스는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때문에 이번 협상 중단은 다저스가 라미레스를 입도선매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저스 잔류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라미레스는 이미 5~6년에 1억3000만 달러(약 1323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구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라미레스의 이런 요구에 다저스는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트레이드로 다저스에 입단한 라미레스는 지난해 86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20홈런, 57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4번 타자 몫을 톡톡히 했다. 올 시즌에는 100경기에서 타율 2할7푼7리, 12홈런, 58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는 성적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라미레스가 다저스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그럼에도 다저스는 라미레스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역시 화려한 부상 전력 탓이다.
2005년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라미레스는 플로리다 시절이었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140경기 이상에 뛰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서서히 부상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하며 우려를 샀다.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한 부상 등 불운도 있었지만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부상도 적지 않았다. 장기 계약에 대한 위험도가 큰 선수로 분류된다. 연봉보다는 역시 계약 기간에 대한 이견이 클 공산이 있다.
수비력에서 큰 퇴보를 이어가고 있는 라미레스지만 여전히 방망이는 매력이 있는 선수다. 다저스도 그냥 내주기는 아까울 만한 자원이다. 결국 라미레스가 다저스에 잔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평가다. 우선 부상 위험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 기간을 줄이는 것, 그리고 수비력 보완을 위해 포지션을 유격수에서 3루수로 옮기는 것이다.
LA타임스의 빌 샤이킨은 “현재 관계자들은 다저스가 라미레스에 장기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1년 단기 계약, 그리고 3년 6000만 달러의 계약까지는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다저스도 큰 부담은 없는 수준이다. 다만 라미레스 측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더 긴 계약 기간을 제시하는 팀을 찾아 FA시장에 나올 수 있다.
ESPN의 폴 스위던은 “유격수 출전을 원하는 라미레스가 고집을 꺾고 3루로 옮겨야 한다”라면서 “(주전 3루수인) 후안 유리베는 현재 DL에 있다. 먼저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 라미레스가 복귀 후 곧바로 3루로 향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미레스의 수비력은 현재 팀 내야수 중에서도 가장 처지는 수준이지만 3루로 전향할 경우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유리베의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 역시 라미레스가 쉽게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둘 중 하나라도 틀어질 경우 라미레스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 시기는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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