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운널사’ 심쿵 엔딩, 이 요물 같은 드라마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8.21 07: 57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떡밥 가득한 ‘엔딩’으로 안방극장을 들었다놨다했다. 장혁과 장나라의 재결합을 바라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그야말로 ‘낚시질’에 성공하며 웃다가 울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인 요소를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15회는 김미영(장나라 분)이 다니엘(최진혁 분)에게 청혼을 받은 가운데, 이건(장나라 분)이 미영을 장인화학 디자이너로 협력을 제안해 성공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미영은 3년 전 유산 후 이건이 자신을 내버렸다는 생각에 이건에게 차갑게 대하는 상황.
이건의 전 여자친구인 강세라(왕지원 분)의 거짓말로 인한 오해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두 사람은 유산의 상처를 되새기며 데면데면하게 지내고 있다. 이 가운데 이건과 미영은 함께 출장을 떠났다가 비가 오면서 별장에 갇히게 됐다. 사랑의 상처에 시달리는 미영은 이건을 여전히 멀리했고, 집으로 어떻게든 돌아가려고 했다.

이를 말리는 이건은 미영이 고열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게 됐고 걱정했다. 하지만 미영은 “신경쓰지 말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이건 씨가 내 걱정해주는 거 사양하고 싶어요. 우리 아무 사이 아니잖아요. 놔줘요”라고 호의를 뿌리쳤다. 아직 미영에게 가까이 가는 용기조차 없는 이건은 잡았던 미영의 손을 조용히 놨다. 하지만 이내 다시 손목을 잡아끌어 마치 키스를 하는 것 같은 얼굴을 밀착했다. 이건의 “이 바보 같은 여자야”라는 말 한마디는 이건이 미영에 대한 진심을 표현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건이 손을 놓자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던 장나라의 표정과 장혁이 잠시 주춤했다가 결심한 듯 손을 확 잡아끄는 장면은 이날 방송의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이 같은 모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이야기를 더 이상 풀어놓지 않고 다음 회를 기약했다. 앞서 이건은 지난 14회에서 미영에게 사랑을 고백할 시점을 다니엘에게 빼앗긴 바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이건과 미영이 제대로 진심조차 토로할 시간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또 한번의 아쉬운 순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제작진은 15회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의 재결합 가능성이 비쳐지는 ‘대형 떡밥’을 투척했다.
손목을 잡았다가 풀었다가 다시 잡는 박력 넘치는 이건의 모습은 촉촉이 비가 내리는 늦여름 안방극장을 전율하게 했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심쿵(심장 쿵쾅) 엔딩’이었다. 이 같은 뻔하지만 뻔하게 그리지 않는 장면이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방영 전 수목드라마 대전에서 최약체라는 예상을 뒤엎고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다른 경쟁 드라마에 밀리지 않는 요인이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잔뜩 졸였다가 마지막에 반전을 펼쳐놓는 전개는 요물 드라마라 칭할만 했다.
두 남녀가 계약 결혼을 하게 되고 오해와 갈등 속에 사랑을 이뤄내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진부하기 그지없는 전개. 허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이건 역의 장혁이라는 배우의 코믹 연기로 시선을 끈 후, 식상하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는 소재를 끼어넣었다. 물론 믿고보는 조합인 장혁과 장나라의 로맨스 형성 과정은 빼놓을 수 있는 재미다.
여성 시청자들이 열광한다는 판타지인 신데렐라 이야기에 매회 등장하는 패러디와 같은 재기발랄한 장치들을 넣었다. 그리고 뭉클한 이야기와 달달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감각적인 편집으로 버무렸다. 무엇보다도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며 심각한 갈등과 그에 대한 해결이 2회 이상 넘기지 않는 빠른 전개도 한몫을 했다. 자칫 지지부진하고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는 이건과 미영의 사랑이 제작진의 현명한 ‘밀고 당기기’ 덕에 오늘도 ‘운명처럼 널 사랑해’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jmpyo@osen.co.kr
'운명처럼 널 사랑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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