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절실해" 김기현, 한화의 굴러들어온 복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22 13: 02

"행복하죠. 절실하고".
최근 한화 불펜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하나 있다. 바로 좌완 투수 김기현(25)이다. '필승조' 안영명·박정진·윤규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김기현이 한화 불펜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울산 롯데전에서 7-4로 리드한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등판, 박종윤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프로 데뷔 첫 홀드 순간이었다.
▲ 한화 불펜의 숨은 진주

김기현은 첫 홀드 순간을 떠올리며 "경기가 타이트한 상황이었지만 자신감을 갖고 100% 내 공을 한 번 던져보자는 생각이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정민철 코치님과 포수 조인성 선배님께서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결정구로 던진 슬라이더가 잘 떨어져 결과가 좋았다. 나도 모르게 글러브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고 웃었다.
그는 "처음에는 구원승이 되는 줄 알고 주위에서 '첫 승을 축한다'고 말해줬다. 경기 후 기록원 재량으로 홀드가 됐다는 걸 알게 됐지만 승리와 홀드 관계없이 내게는 정말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많은 분들이 축하주셔서 감사했다"고 감격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6월 중순부터 1군에 올라온 김기현은 16경기 1패1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주로 팀이 뒤져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추격조였는데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호투했다. 18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잡으며 볼넷을 4개만 줬다. 김응룡 감독도 "김기현의 제구가 괜찮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한화 불펜의 숨은 진주다.
▲ 드라마 같은 한화행
신일고-원광대 출신의 김기현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채 지난 2012년 NC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하지만 시즌을 마치고서 방출 통보를 받았고, 그해 연말부터 서울의 사회인야구 교습실에서 코치로 일했다. 그는 "NC에서 나온 후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해서 내가 직접 돈을 벌고 싶었다. 그래서 사회인야구 코치를 하게 됐다. 6개월 정도 일했다"고 이야기했다.
그곳에서 사회인선수들을 가르치며 배팅볼도 많이 던졌다. 가끔 경기에도 나섰다. 그러다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여름부터 모교 신일고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고, 9월 신생팀 kt의 트라이아웃을 대비했다. 그런데 그쯤 우연찮게 여자친구가 먼저 "한화가 테스트를 한다는데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했다. 덕분에 한화에서 테스트를 받은 후 신고선수로 계약했다. 지금은 이제 당당히 1군까지 올라왔다.
김기현은 "나도 몰랐는데 여자친구가 어떻게 알았는지 한화에서 테스트를 추천해주더라. 그래서 내가 직접 한화 구단에 연락을 했고,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나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할 선수가 있을 것 같아 kt에 양해를 구하고, 한화에서 테스트를 봤다. 여자친구가 아니었더면 이렇게 한화에서 뛰지 못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드라마 같은 일의 연속. 한화로서도 굴러들어온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김기현에게는 프로에서 하는 이 모든 것이 행복하다. 그는 "1군에서 이렇게 공을 던지는 것 자체가 내게는 정말 큰 행복이다. 두 달 반 동안 1군에 있는데 아직 어떠한 감을 잡았다고 말할 수 없다. 매경기 공 하나하나를 절실하게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시련을 겪어본 자만이 달콤함이 무엇인지 안다고 했던가. 프로의 소중함을 아는 그에게는 행복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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