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태술-희종, “이왕 질 거 미국한테 져야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8.24 07: 32

한국농구의 ‘단짝’ 김태술(30, KCC)과 양희종(30, KGC)이 나란히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이 오는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스페인으로 출국한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한 한국은 무려 16년 만에 세계대회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한국은 30일 앙골라를 상대로 첫 승에 도전한다.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인 유재학호를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다. 훈련 후 유쾌하게 농담을 하고 있는 김태술과 양희종은 자신감을 보였다. 세계무대에 출전하는 각오를 묻자 양희종은 “이왕에 질 거면 미국한테 져야죠”라며 씩 웃었다.

한국은 앙골라, 호주,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멕시코와 함께 D조에 속해 있다. 물론 이들 중 한국보다 전력이 처지는 팀은 아무도 없다. 만약 한국이 돌풍을 일으켜 앙골라와 멕시코를 잡는다면 D조 4위를 차지해 16강에서 C조 1위가 유력한 미국과 만나게 된다. 양희종은 앙골라와 멕시코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태술은 “저도 미국이랑 해보고 싶어요. 2006년에 저는 1초도 못 뛰었잖아요”라며 거들었다.
지난 2006년 사이타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한국에서 월드바스켓볼 챌린지(WBC)가 열렸다. 세계선수권을 출전을 앞둔 미국, 터키, 리투아니아, 이탈리아가 한국에서 전초전을 갖는 대회였다. 2006년 광복절에 한국은 운명적으로 미국대표팀과 맞붙었다.
한국은 하승진-김주성-김민수-방성윤-김승현 등이 주축을 이뤘다. 미국은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폴, 드와이트 하워드, 크리스 보쉬 등 현재 NBA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이 포함돼 있었다. 연세대 4학년이었던 김태술과 양희종은 고등학생 최진수와 함께 막내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수비와 적극성이 돋보였던 양희종은 미국전에서도 많은 시간을 뛰었다. 그런데 양희종은 3쿼터 중반 루즈볼을 다투던 과정에서 송영진과 부딪혀 무릎을 다쳤다. 이와 동시에 르브론 제임스의 앨리웁 덩크슛이 터졌다. 잠실실내체육관이 ‘USA’로 가득했지만 한국 팬들은 양희종을 먼저 걱정했다. 결국 양희종은 들것에 실려 나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었다.
한국은 63-116으로 크게 패했다. 23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4스틸을 올린 제임스는 경기 MVP로 선정됐었다. 졌지만 배운 것이 많은 경기였다. 이날 VIP좌석 입장료가 16만 5000원을 호가하는 등 적지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1만 2477명의 관중이 찾았다. 하지만 이후 한국에서 농구 A매치가 다시 개최되기까지는 무려 8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8년이 지난 지금 막내였던 김태술과 양희종은 어느덧 베테랑으로 국가대표팀의 중심축이 됐다. 두 선수 외 아직도 대표선수로 남아있는 이는 김주성과 양동근 뿐이다. 한국농구를 책임질 것으로 보였던 김민수, 방성윤, 하승진 등은 기대만큼 커주지 못했다.
미국대표팀은 23일 데릭 로즈, 카이리 어빙, 앤서니 데이비스, 제임스 하든 등이 포함된 최종 12인 명단을 발표했다. 8년 전 뛰었던 선수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김태술이 롤모델로 삼는 크리스 폴도 대표팀을 고사했다. 과연 김태술과 양희종은 8년 만에 미국대표팀과 재회할 수 있을까. 경기가 성사만 된다면 승패를 떠나 한국 농구팬들에게도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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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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