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현우에게서 오승환 향기가 난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8.27 06: 09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김현우(26)은 신장 185cm에 체중 111kg으로 당당한 체구를 자랑한다. 2010년 삼성 2라운드 12순위로 입단한 김현우는 지명 때부터 묵직한 직구를 던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던 선수. 게다가 대학에 가서야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싱싱한 어깨까지 갖춘 강속구 유망주였다.
데뷔 첫 해인 2010년 1군에서 단 2경기에만 출전한 김현우는 시즌이 끝난 뒤 상무에 입대, 일찌감치 병역을 해결한다. 상무에서는 주전 마무리 자리를 꿰차면서 '2군 오승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리고 제대 후 첫 시즌인 2013년, 김현우는 10경기에 나와 13이닝을 소화,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3.46으로 가능성을 보여준다.
올 시즌 김현우는 류중일 감독의 큰 기대를 받았다. 삼성의 철벽 불펜도 서서히 세대교체가 필요해진 시점, 게다가 마무리 오승환까지 일본으로 진출해 삼성 뒷문은 서서히 헐거워지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김현우는 오승환을 연상케하는 강력한 직구로 삼성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4년 8월 26일, 김현우는 데뷔 4년 만에 프로 첫 승을 수확한다. 김현우는 26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 3-5로 끌려가던 1사 1루에서 장원삼의 뒤를 이어 등판, 2이닝을 4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김현우가 마운드에서 버티는 사이 삼성 타선은 역전에 성공, 프로 5년 차 투수에게 첫 승을 선사했다.
김현우가 이날 거둔 1승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올해 김현우의 성적은 14경기에 등판, 18이닝을 소화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50이다. 주목할 점은 볼넷과 삼진 비율인데, 김현우는 경기당 볼넷 2개(BB/9)에 그친 반면 삼진은 18개로 경기당 9개(SO/9)를 기록하고 있다. 안정적인 제구력에 삼진을 뽑아낼 수 있는 강력한 구위를 갖추고 있는 것.
특히 김현우에게서 오승환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유는 대포알 직구 덕분이다. 작년까지 150km가 넘는 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김현우지만 올해는 140km 후반대에서 직구 최고구속이 형성된다. 그래도 타자들은 쉽게 김현우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는데, 그만큼 볼끝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현우는 오승환처럼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윽박질러 삼진을 뽑아내는 유형의 투수다.
김현우는 이제까지 퓨처스리그 156경기에서 181⅔이닝을 소화했는데, 탈삼진 201개를 기록 중이다. 퓨처스리그에서 김현우는 말 그대로 오승환 급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1군에서도 점점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아직 표본은 적지만, 김현우의 통산 1군 경기당 탈삼진은 10.4개(32⅔이닝 38탈삼진)로 오승환의 통산 1군 기록인 11개(510⅓이닝 625탈삼진)와 비율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당장 올해만 해도 삼성은 뒷문에 균열이 생겼는데 그 자리를 김현우가 훌륭하게 메워 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게다가 내년이면 임창용도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이 되고, 안지만과 권혁은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다. 이러한 팀 사정 속에서 김현우는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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