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음 “짝사랑에 몰입..자존심 상했죠” [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8.27 08: 31

기세고, 당돌하고, 되바라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구석이 있는 아이. 배우 이열음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에 어느 순간 ‘이열음=정유아’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실제 만나 여고생 이열음은 유아보다 조금 더 소녀답고 부드러웠다. 닮은 부분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 할 때면 변하는 초롱초롱한 눈빛. 이열음은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 정유아가 ‘이서방’ 민석(서인국 분)을 좋아하듯 연기에 푹 빠진 욕심쟁이 소녀였다.
“실제 성격은 너무 평범하고 조용한 편이에요. 내성적인 건 아니고요. 그냥 친구들이랑 잘 놀고 얘기를 하는데 유아처럼 장난기 많고, 애교 많고 그런 성격은 아니에요. 애교를 못 부려요. 털털한 스타일입니다.(웃음)”
‘고교처세왕’ 속 정유아는 어리바리의 대명사 언니 정수영(이하나 분)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 좋아하는 이민석을 “서방”이라 부르며 찜해놓는 당돌함부터 끝없는 무반응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밀고 나가는 인내심, 툭 하면 언니에게 독설을 쏟아놓는 시니컬한 태도까지 톡톡 튀는 그의 성격은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였다. 그러나 이열음에게 이런 정유아의 성격은 낯선 것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찍기 전부터, 또 찍고 있을 때에도 연기의 중심을 잡는 게 쉽지는 않았단다.

“이번에는 아예 닮은 사람도 없고요, 유아 성격이 간단해 보일지 몰라도 여러 성격이 있어서 잘 구상이 안 됐던 게 있어요. 겉으로는 툭툭거리지만 알고 보면 속 깊고 언니를 사랑하고 또 언니보다 더 언니 같은 캐릭터잖아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껄렁껄렁하고 털털하고 보이시할 때도 있는데 또 민석이 앞에서는 변하고 애교를 부리고 사랑스럽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하나…. 제가 내린 답은 제 호흡을 갖고 그 상황에 맞춰서 유아를 통해 저를 보여주면 된다는 거였죠,”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원래 자신의 모습이 아닌 것을 애써 꾸며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단지 캐릭터를 통해 자신에게서 묻어날 수 있는 매력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꾸미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실제로 유아처럼 아직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마음을 마구 표현해보지는 못했다.  
“유아는 참 대단해요. 강철 심장을 가진 아이죠. 좋아하는 마음을 거절당하면서까지 표현하는 게 말이에요.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유아가 아예 이해가 안 되진 않았어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한 적이 많았어요. 너무 많이 좋아해서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속상한 게 컸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저도 모르게 유아에 몰입이 돼 있어서 기분이 상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걸 느끼더라고요.”
유아의 상황에 몰입하면 할수록 욱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촬영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 서인국이 분한 이민석을 떠올리면서 “너무하는 거 아니야?”라고 혼잣말 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 이렇게 몰입했기 때문일까? 이열음은 ‘고교처세왕’의 기자간담회에서 짝사랑을 하는 감정에 대한 질문을 받은 뒤 갑작스럽게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그 시기에 가장 감성적이었다”며 조곤조곤 당시의 감정과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 전까지 감정 신을 많이 찍었었어요. 유아에 몰입이 돼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전까진 유아가 품은 감정이 드러나는 신이 아직 안 나갔었는데 그날은 마침 민석이가 슬퍼하는 걸 보고 언니한테 그 사실을 말해주고 두 사람을 밀어주기로 결심한 장면을 찍은 날이었거든요 혼자 고민하고 갈등하고 민석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신을 찍고 나온 뒤 그런 질문을 받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갑자기 기자님이 ‘외롭지 않았느냐’고 물으시니까 울컥하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중에도 그런 유아의 마음에 몰입돼 있어 힘들었다. 이열음은 자신은 “유아처럼 그렇게까지 ‘쿨’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쿨하게 말했지만 속으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게 장난 아니었어요. ‘민석이한테 가봐’라고 하는데 제가 너무 떨리더라고요.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마음이 아파서. 사람이 감정이 복받이니까 목소리가 잘 안 나와요. (목소리가) 꼭 돼지가 된 줄 알았어요. 목에서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그랬어요.”
 
현장의 분위기를 물으니 “우린 완전히 가족이었다”는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이열음은 ‘고교처세왕’ 촬영장에서 유일한 미성년자였다. 서인국-이하나-이수혁을 비롯한 배우들, 스태프, 감독, 작가까지 어린 막내가 편안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현장이 너무 재밌었어요. 학교에도 잘 못 가고 잠도 잘 못 잤지만, 그래도 너무 신났어요. 특히 스태프 분들은 이런 스태프를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격이 다 좋으셨어요. 2-3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가시는데 한 분도 얼굴을 찌푸린 분들이 안 계셨어요. 감독님부터 장난도 많으셔서 현장에 갈 때마다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활기찬 설명에서 즐거움과 열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는 친구들이 공부를 하고 있을 동안 꿈에 그리던 현장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며 자신을 “행운아”라고 칭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의 요즘을 보며 “배우 시키길 참 잘했다”고 뿌듯해 하신단다. 이열음의 어머니는 배우 윤영주다.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이 엄마의 영향인지 물었더니 엄마보다는 ‘풀하우스’라는 대답이 돌아와 웃음을 줬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풀하우스’를 했어요.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서 보는 게 낙이었어요. 그 드라마의 분위기와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어요. ‘저런 건 뭐 하는 사람들이야?’ 이러면서 배우란 직업을 알게 됐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진로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다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열음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나탈리 포트먼이다. 작품을 볼 때마다 동기부여가 되는 특유의 눈빛이 좋아서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해보고싶은 역할도 '레옹'의 마틸다 같은 역할. 남은 시간 연극영화과 진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야심찬 이 여배우의 눈이 또 다시 빛났다.
“지금의 저는 미성년에서 여자가 되는 소녀의 느낌이잖아요. 앞으로 ‘레옹’ 마틸다나 ‘올드보이’ 강혜정처럼 미성년자이지만 여자가 되고 여자 느낌이 나는 모습이 있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엔 여성스럽게 꾸미고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관심이 많이 생겨요. 또 제가 호기심도 많은 데 그런 역할을 하면 표현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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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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