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못 잊을 것" 피에, 뜨거운 눈물 흘린 사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28 10: 32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한화 외국인선수 펠릭스 피에(29)의 가슴은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가슴은 따뜻했다. 아버지가 루게릭병에 걸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야구 꿈나무 이영찬(13) 군의 이야기를 듣고 스폰비용 전액을 장학금으로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피에는 영찬군과 캐치볼 약속을 잊지 않았다. 27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구단에 요청해 영찬군을 야구장으로 초대했다.
▲ 영찬군과 약속을 지킨 피에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가 대전구장에 등장했다. 피에의 초대를 받은 영찬군은 설레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윽고 피에가 등장했고, 보자마자 영찬군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두 사람은 지난 13일 만난 인연이 있었고,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바로 대전구장에서 캐치볼이었다.
당시 피에는 영찬군의 대전시 변동 자택을 직접 방문, 루게릭병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 이현종씨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전달하며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당초 이날 야구장에서 캐치볼을 하고 시구를 할 예정이었으나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됐다. 피에는 "다음 기회에 대전구장 그라운드에서 함께 캐치볼을 하자"고 영찬군과 약속했다.
이날이 바로 약속의 그날이었다. 피에는 한화 유니폼과 오렌지 모자를 곱게 차려입고 온 영찬군에게 자신의 등번호 '46'이 새겨진 목걸이를 선물했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캐치볼도 했다. 작은 체구에도 힘껏 공을 뿌리는 영찬군이 기특한듯 피에는 머리를 쓰다듬었고,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눈빛과 마음만으로도 통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피에는 배팅 케이지와 외야 그라운드로 영찬군을 데려가 한화 선수들과 인사를 시켜주며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 영찬군의 편지, 피에의 눈물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영찬군은 자신이 자필로 쓴 편지를 피에의 손에 전달했다. 편지를 받은 전정우 통역이 내용을 영어로 읽어주며 전했고, 영찬군을 바라보며 편지를 듣던 피에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덕아웃 뒤쪽으로 사라졌다. 영찬군의 편지에 감정이 북받친 피에가 그만 눈물을 참지 못한 것이다. 전정우 통역은 "피에가 마음이 많이 여리다"고 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지만 가슴 속은 따뜻한 남자였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지난번 저희집에 왔을 때 제가 쑥스러워서 감사하다는 말도 잘 못한 것 같아요. 솔직히 피에 선수 좋아해요, 팬이에요. 그리고 평생 피에 선수를 못 잊을 것 같아요. 그리고 피에 선수 같이 좋은 선수가 되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피에 선수가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게 기도해 드릴게요. 나중에 제가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어서 용돈도 드릴게요'.
눈물을 닦고 감정을 추스르며 다시 웃는 낯으로 영찬군을 만난 피에는 "나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 편지를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며 포옹을 나눴다. 곁을 지켜보던 영찬군의 어머니도 눈물을 훔치며 피에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감격했다. 피에는 자신이 직접 봉투에 장학금을 담아 현금으로 영찬군과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영찬군의 어머니는 "피에 선수의 진심이 느껴졌다. 지난번 집에 방문했을 때에도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안쓰러워하는 눈빛과 영찬이를 생각하는 진심 어린 모습과 마음에 감동을 느꼈다. 이렇게 많이 신경써준 피에 선수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투수를 하는 영찬군도 "류현진 선수 같은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피에와 영찬군 모두에게 잊지 못할 특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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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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