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남성토크 '나는 남자다', 여자가 외면하니 어쩌나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08.30 07: 51

KBS 2TV 예능프로그램 '나는 남자다'는 남자토크쇼다. 그리고 이 남자토크쇼는 여자의 공감을 사야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나는 남자다'에서는 최초로 여자 패널 백지영이 등장했다. 그는 남자들로만 가득찬 스튜디오 내에 홍일점으로 여자들의 입장을 대변했고, 남자들만의 이야기에 백지영이라는 숨통이 트인 모습이었다. 시청률 저조로 난항을 겪고 있는 '나는 남자다'에 해결 방향을 알려준 한 회였다.
이날 방송의 주제는 결혼을 앞둔 남자들이었다. 방청객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지녔지만 모두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남성들이었다. 출연자들만이 이야기하는 토크쇼가 아닌 소통의 토크쇼 '나는 남자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토크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가운데 남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예비신부의 모습이 왕사탕처럼 보였다든가, 첫날밤의 걱정은 각방이라는 등의 토크를 비롯해 한 방청객은 예비신부 여자들이 많은 곳에 가서 몰래 놀고 싶다는 당찬 희망까지 밝혔다.
이러한 토크에 백지영은 놀란 표정으로 지어 보였다. 그는 어떤 방청객과는 마치 다툼을 벌이듯 반응하고, 딴지를 걸기도 했다. 과감한 고백에 "괜찮겠냐"며 걱정하는 모습도 등장했다. 그는 이처럼 스튜디오 내 유일한 여자로서 여자만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소화했다.
'나는 남자다'는 유재석의 새 예능으로 크나큰 관심 속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사뭇 의외였다. '유재석의 원맨쇼'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으며 '남자 토크쇼'라는 콘셉트가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재석이 "백지영이 없었다면 우리끼리"라며 남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 이야기하는 장면은 '나는 남자다'가 현재 처한 과제를 잘 보여줬다. 시청자는 남과 여, 모두인데 '나는 남자다'는 다소 한 쪽으로 치우친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지영이 한 회 내내 여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은 '나는 남자다'에 변화를 가져다줬다. 남자들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백지영은 "남자들끼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구나"라면서 여자의 이야기를 했다. 남자 토크쇼라는 콘셉트는 지키되, 여자의 몫도 추가하면서 이전보다 형평을 맞춘 모습이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나는 남자다'는 4회의 방송을 마쳤다. 흔지 않은 시즌제로, 20회로 기획된 '나는 남자다'에 남은 시간은 이제 16주다.
시청률 저조라는 암초에 걸린 '나는 남자다'가 살아날 수 있을까. 남자 토크쇼가 여자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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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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