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스코 자진등판 투혼, 이것이 한화 분위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8.30 10: 43

"본인이 먼저 던지겠다고 하더라".
한화 외국인 투수 라이언 타투스코(29)는 지난 29일 대전 넥센전에서 5회 깜짝 구원등판했다. 선발 유창식이 강정호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강판되자 불펜에서 미리 몸을 풀고 있던 타투스코가 불펜카를 타고 내려와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등장에 많은 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불과 사흘 전 선발로 등판한 투수였기 때문이다.
타투스코는 지난 26일 대전 NC전에서 7⅓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뿌리며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나 다시 구원등판. 한화가 이날 경기를 끝으로 3일 휴식기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의외의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김응룡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안 좋았다. 타투스코는 5회 윤석민에게 볼넷을 내준 뒤 후속 3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지만 6회 서건창에게 중전 안타, 비니 로티노에게 볼넷, 이택근에게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맞고 강판됐다. 1이닝 동안 37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2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선발로 105개를 던진 후 3일만의 구원등판이라 힘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결과적으로는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타투스코의 구원등판과 관련 김응룡 한화 감독은 "본인이 먼저 던지겠다고 하더라. 경기가 끝나면 3일을 쉬니까 불펜에서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김응룡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팀을 위해 구원등판을 자청한 타투스코에 흐뭇해 했다.
한화는 마무리 윤규진이 지난주 목에 담이 걸리며 이번주까지 등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안영명과 박정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는데 이에 타투스코가 먼저 팀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시즌 중간에 들어온 대체 외국인 투수에게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투혼. 몇몇 팀들이 외국인선수 태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한화 외국인선수들의 충성심이 어느 때보다 돋보인다.
타투스코는 NC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뒤에도 "요즘 불펜투수들이 많이 고생하고 있다. 앨버스와도 우리가 이닝을 길게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남은 기간 불펜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는 3일 휴식기를 앞두고 아예 구원등판 자청으로 자신의 말을 몸소 실천했다.
한화는 8월을 12승7패 승률 6할3푼2리로 9개팀 중 최고 성적을 냈다. 투타에서 국내선수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선수들까지 자신보다 팀을 먼저 앞세우며 하나로 끈끈하게 뭉쳤다. 타투스코의 자진등판 효과였을까. 3-8로 뒤졌던 한화는 연장 10회 접전 끝에 10-9 끝내기 승리로 웃었다. 타투스코도 환한 표정으로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것이 지금 한화 분위기. 잘 나가는 팀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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