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야 "'비정상회담', 좀 어렵지만..열심히 공부했죠"[인터뷰]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8.30 11: 39

훤칠한 큰 키에 상냥한 말투. JTBC '비정상회담'에서 활약 중인 타쿠야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일본 스타들과는 이미지가 좀 다르다.
그가 '비정상회담'에서 가지는 포지션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일본'의 이미지와 더욱 다르다. 전세계 11개국의 '비정상'들이 모여 회담을 펼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MC가 잘 보이지도 않을 구석 자리에서, MC들이 발언권을 줘야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대륙의 남자' 장위안의 역사 문제 언급 등에 크게 당황하면서도 세번 중 한번쯤 할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이 '기 센' 외국인들의 모임에서 유독 눈에 띈다.
그는 일본의 대형엔터테인먼트사 아뮤즈가 글로벌 기획으로 준비한 아이돌그룹 크로스진의 멤버. 한국 생활 벌써 3년차다. 특유의 톤은 남아있지만, 어떤 단어를 떠올릴 때 단 한번도 멈칫하거나 기자의 빠른 말을 못알아듣지 않는 그의 모습은 방송 속 다소 어수룩한 모습보다 훨씬 더 스마트해보였다. 한국 여자와 만나기에 자신은 애정표현이 어색하다고 하지만, 대화를 조곤조곤 풀어나가는 그의 말투는 한국 여자보다 오히려 더 애교스러워 웃음이 절로 난다.

- 요즘 반응 참 좋죠?
"카페에 가면 많이 알아봐주세요. 이렇게 혼자 인터뷰도 하게 되고. 크로스진 팬카페에 '비정상 회담'을 보고 가입했다는 글도 있었어요."
- 사실 처음부터 존재감이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웃음) 언제 달라진 반응을 체감했어요?
"스스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제가 쭉 얌전하게 있다가 '비정상회담' 4회 때 일본어로 공격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때 좀 인상 깊게 봐주시는 분이 계셨던 것 같아요."
- 맞아요. 방송을 보면, 수줍음도 많아보이고,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약한 모습도 있어요.
"제가 약간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에요. 어디 앞에 나가서 뭔가를 막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일본에선 특히 더 그랬어요. 착한 사람."
- 착했어요?(웃음)
"네.(웃음) 한국에 와서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어요. 한국사람들은 말을 확실하게 하잖아요. 확실하게 자기 의견을 말을 안하면 손해를 많이 보게 돼요."
- 메뉴 정할때.
"네! 밥 뭐먹을래? 그랬을 때 '어..음..' 그러고 있으면 빨리 고르라고 구박해요. 그런 걸 겪으면서 저도 많이 바뀌었어요."
- 일본에서 생활을 어땠어요? 도쿄 출신이에요?
"아니요. 도쿄에서 지하철로 2시간쯤 떨어진 이바라키 출신이에요. 시골에 가까웠어요.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거기서 쭉 컸어요. 연예활동을 겸하게 되면서 도쿄로 출퇴근을 하긴 했지만요."
- 연예활동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아뮤즈는 엄청 큰 회사예요. 오디션도 많은데 그 중에 꽃미남 오디션이 있었어요.(웃음)"
- 왜 웃어요.(웃음)
"쑥스러운데 그때 1만5천명이 모였어요. 잡지 구독자를 상대로 인기투표를 해서 매달 몇명씩 떨어뜨리는데 저는 결승까지 갔어요."
- 학교에서 인기가 꽤 많았겠군요.
"친구가 신청해줬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냥.. 학교에서 축제 같은 거 하면 학년별로 제일 잘생긴 사람도 뽑았는데 제가 3학년 1위를 했었어요. 처음부터 연예인을 꿈꾼건 아닌데 오디션 하면서 사진 찍히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때부터 이쪽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 졸업 후 도쿄로 건너와서 일본의 연예인이 됐을 수도 있는데 왜 한국을 오게 된 거예요?
"그 당시로선 앞이 안보였어요. 언제 탑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했죠. 뭘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한참 들었는데 K-POP 붐이 불었어요. 동방신기, 카라 그런 분들을 보니까 굉장히 멋있더라고요. 퀄리티도 높고 아티스트성이 높고 강하고. 저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침 회사에서 한국 활동 팀을 결성한다는 거예요. 여러 친구들에게 섭외를 했는데, 제가 적극적으로 임했죠."
- 아, 차출이 된 게 아니군요.
"그럼요. 제가 지원한 겁니다. 그때 19살이었는데, 어머니가 집에서 멀리 떠나는 걸 반대하실 것 같아 뒤늦게 말씀드렸어요."
- 한국 생활은 꽤 어려웠을 것 같아요. 가로수길 옆 사무실에 지하 연습실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네. 처음에 왔을 때 회사에서 고시원을 잡아줬어요. 신사역에 있는 고시원이요. 거기와 연습실만 오갔어요. 서울에 친구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멤버들이랑 회사 누나, 형들하고만 알고 지냈어요. 그래도 한국어 공부하랴 춤추고 노래하랴 바빠서 스트레스를 받을 여유도 없었어요."
- 그래도, 짐 싼 적 없어요?
"짐을 싸진 않았는데 북한에서 미사일이 날아온다는 뉴스를 보고 일본에 갔다가 일주일만에 돌아온 적은 있어요. 그냥 쉬고 온 거죠.(웃음)"
- 음식도 많이 다를텐데.
"매운 게 많지만 쌀이 있잖아요. 마트에서 재료 사는 게 제 일이었어요. 팀에서 둘째인데 제가 쌀을 씻고 밥 만들고 그런 걸 하고 있었어요.(웃음) 시간이 나면 한강으로 가서 운동하거나 영화보거나 쇼핑하거나 농구도 자주 하고요."
- 그러고보니 키가 꽤 커요.
"키가 188센치예요. 어려서 야구를 했어서 운동을 좋아해요."
- 굉장히 떠들썩하게 데뷔했던 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반응이 즉각 오진 않았었잖아요. 한국 온 거 후회하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활동하고 바로 일본으로 갔었기 때문에, 아쉽긴 했어요. 그래도 안됐다기보다는 해외 활동을 겸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 일본에서 인기가 좀 더 좋은 걸로 알고 있어요. 본인이 메인에 서기 때문일까요?(웃음)
"아니에요.(웃음)"
- 사실 한국어 잘하는 일본인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많잖아요. '비정상회담'에는 어떻게 발탁됐어요?
"미팅을 많이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저를 아주 조금 더 예쁘게 봐주신 거 같아요.(웃음) 처음 녹화했을 때 재미있긴 했는데 저는 예능이 처음이다보니 방송이 어떻게 나올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배우고 있는 중이고요. 말도 많이 늘었어요."
- 다들 실력들이 막강하니까.
"네. 저한텐 주제도 어려웠어요. 결혼이나, 동거나, 제가 겪어보지 못했던 얘기가 나오면 미리 공부를 하기도 해요. 한국어도 공부 많이 하죠. 한국어 능력 시험이 있는데 타일러가 6급, 줄리안이 5급이에요. 저는 2급.(웃음) 예전에 딴 거라 지금 시험보면 좀 더 등급이 높긴 할 거예요. 그새 많이 늘었어요."
- 보통 외국어는 연애하면서 배우지 않나요? 연애하셨구나.
"아니에요. 여자친구한테 배우면 말투가 여성스러워져요. 전 여성스럽지 않잖아요?"
- 많이 남성스럽지도 않은데.(웃음)
"그래요? 전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쓰기부터 시작해서 문법, 말하기 배우고."
- 학창시절에 공부 잘했어요?
"아니요. 공부 싫어했어요. 한국 와서 인생에서 가장 많이 공부했어요.(웃음)"
- 한국어로 실수한 적은 없어요?
"실수한 적은 많이 없는데, 쓰면 안되는 말을 써서 혼난 적 있어요. 그냥 되게 맛있다고 강조한 건데, 욕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회사 누나한테 많이 혼났어요."
- 한국 여자, 많이 무섭던가요.(웃음)
"일단 여성분 뿐만이 아니라 남성분들도 말이 세서. 직설적인 거에 좀 놀랐어요. 여성분은 제가 사귀어본 적 없는데 되게 애정표현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길 다니면서 커플 보면 막 붙어있고, 커플 티 커플 신발 맞춰서 하고. 그런거 보면 '아, 나는 힘들겠다' 그런 생각해요.(웃음)"
- 그런 커플 많지 않은데? 커플들만 골라서 보셨군요.
"연예 활동하면서 부끄러움이 많이 없어지긴했는데 그래도 애정표현 같은 건 부끄러워요. '사랑해'라는 표현도 많이 하시던데 일본에선 '아이시떼루'를 거의 안하거든요. 그냥 좋아한다, 정도."
- 여전히 집안일 잘하는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그거만 보는 건 아니고, 여러 조건 중에 하나라는 거죠.(웃음) 저는 약간 특이한 첫인상을 좋아해요. 배두나 선배님처럼 귀여워보이면서 개성 있는 스타일. 묘한 매력이 있어요."
- 앞으로 활동은 어떻게 돼요?
"10~11월쯤에 크로스진 앨범이 나올 거예요. 가수로서 우리 팀이 잘됐으면 좋겠고, 앞으로 연기나 모델 등의 활동도 많이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잘되고 싶고요. 일단 저한테 주어진 걸 열심히 하다보면, 계속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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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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