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문정희 “윤아언니와 워로맨스? 공감 얻어 좋아요”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9.10 09: 52

MBC 주말드라마 ‘마마’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여성들의 우정이 남녀의 사랑 못지않게 달달하다는 의미로 ‘워로맨스(Woman+Romance)’라는 신조어를 만들더니만, 막장 드라마가 아닌데도 주말 안방극장을 꽉 잡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강남 엄마이자 남편의 옛 연인을 만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서지은 역을 맡은 문정희(38)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연일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주부 시청자들에게 서지은은 왠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기도 하는 공감 가득한 인물. 문정희의 과장되지 않은 ‘현실 엄마’, ‘현실 주부’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내던졌지만 남편 문태주(정준호 분)의 옛 연인이자 시한부 인생인 한승희(송윤아 분)를 만난 후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한승희를 만난 후 언제나 눈치 보는 삶을 살던 서지은이 권도희(전수경 분)에게 할 말 다 하게 되는 변화는 통쾌함을 안겼다.

드라마 촬영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문정희를 최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났다. 드라마 촬영 전 리허설을 마친 후 잠깐 짬을 내 만난 문정희는 드라마 속 서지은과 마찬가지로 여성스러운 모습 속에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강단 있고 털털한 성격이었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연기자로서의 열정, 그리고 40대를 바라보는 여성으로서 가진 여유롭고 정감 가는 인간미가 가득 묻어나는 수다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 드라마는 소재가 독특하거나 신선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통속적일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데 두 여자가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 그리고 두 여자가 서로를 만나면서 생기는 변화를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이 같은 캐릭터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부분을 잘 연기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죠.”
‘마마’는 ‘왔다 장보리’처럼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막장 전개’를 보이는 드라마도 아닌데 시청률 15%를 넘기며 승승장구 중이다. 초반에는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우며 ‘보면 볼수록 재밌는 드라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사실 드라마 촬영 중이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해요. 그래도 시청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가 공감된다고 말씀을 해주시니깐 힘이 나죠. 작가님의 필력이 좋으셔서 이야기가 묵직하고 다른 주말 드라마와 달리 우리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배우들끼리 조합이 정말 좋거든요. 송윤아 언니, 정준호 선배님 등 배우들의 호흡이 좋아서 드라마가 잘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 드라마에는 막장 드라마의 필수 요소인 불륜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한 남자의 현재 아내와 과거 연인이 친구가 된다는 다소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다. 때문에 방영 전 주말 오후 10시대 드라마라 ‘막장 드라마’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중반에 진입한 이 드라마는 이런 기우를 날려버렸다.
“재밌는 이야기가 가진 힘도 있지만, 감독님이 대본을 해석하는 시선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영화적인 촬영 기법도 있고 카메라 앵글도 과감하죠.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계셔요. 심리 표현은 배우들이 하지만 이를 담아내는데 있어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연출이 세련됐다고 생각해요. 다소 자극적인 소재도 거리를 두고 보게 연출하는 드라마인 거죠.”
‘마마’는 죽음을 앞두고 하나 뿐인 아이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려는 한 여자와, 남편의 옛 연인과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한 여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 여자들의 우정을 다루는 과정에서 여자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다.
“여성들의 심리를 잘 풀어내는 게 숙제라고 생각했어요. 자칫 잘못 하면 막장 드라마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공감 있게 그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마마’는 인물간의 관계가 힘이 있고 매력적이에요. 사건과 사건 사이에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관계가 재밌는 드라마죠. 이를 좋게 봐주시고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저와 송윤아 언니를 보고 워로맨스라고 하던데요.(웃음)”
 
이 드라마는 현재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친구로 다가가고 있는 한승희와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를 친구로 받아들인 서지은의 관계가 긴장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두 여자의 우정이 ‘워로맨스’라는 이름이 붙으며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받는 중이다.
“서지은이 한승희라는 독립적인 여자를 만난 후 두려워하면서도 동경하는 요소가 있어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닮아가는 모습, 이런 모습에서 케미스트리(화학작용, 조합)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우정이든 사랑이든 사람에게 끌리는 감정은 통쾌함을 주지 않을까요?”
송윤아와 문정희는 드라마에서 가슴 먹먹한 우정을 쌓는 동시에 실제로도 끈끈한 친분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정희의 표현을 빌리자면 촬영장에서 서로 칭찬하기 바쁘다는 것.
“사실 바쁘게 촬영을 하다보면 배우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윤아 언니와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서로 배려를 하느라 바쁘죠.(웃음) 사실 배우도 사람인지라 어떤 배우하고는 성격이 잘 맞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윤아 언니와 저는 서로 챙겨주고 마음을 써주고 있죠. 저희끼리 너무 칭찬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웃음)”
‘마마’는 현재 시한폭탄을 안고 질주하고 있다. 바로 서지은이 한승희의 정체를 알기 직전인 것. 현재까지 서지은은 남편 문태주와 한승희와의 애먼 불륜을 의심하고 있다. 이후 한승희가 문태주의 과거 연인이자 그토록 애지중지 돌봤던 한그루(윤태영 분)가 문태주의 친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벌어질 갈등과 분노의 후폭풍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승희와 서지은은 남녀 로맨스처럼 서로 애틋한 우정을 가지고 있잖아요. 비밀이 밝혀졌을 때 서지은이 흘릴 눈물의 색깔부터 다를 거예요. 분노와 황당, 그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이 가능할까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후 한승희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생기는 깊은 슬픔까지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가슴이 먹먹해질 거예요.”
문정희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챙겨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배우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러 ‘마마’를 보지 않고 있단다.
“서지은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몰라야 하는 부분까지 드라마를 보면 알게 되더라고요. 문태주와 한그루가 친하게 되는 과정을 보지 않았어요. 서지은은 두 사람이 부자라는 것을 몰라야 하는데, 드라마를 보면 정보가 너무 많아요.(웃음) 나중에 한꺼번에 보려고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자꾸 서지은이 몰라야 하는 정보까지 보게 되니깐 안 되겠더라고요. 드라마 시청을 자제하고 있어요.(웃음)”
문정희가 그리고자 하는 ‘마마’ 서지은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서지은의 심리 묘사를 충실히 하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배우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마마’의 새로운 관전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보인다.
“서지은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승희를 만난 후 우정을 쌓고,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슬퍼하고, 모든 진실을 알고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딛고 서지은이 성장하는 거죠. 서지은도 아내, 엄마로 살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은 여자거든요.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 서지은에게는 한승희가 굉장히 큰 선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물론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승희라는 인물이 안기는 감정은 비통하지만 서지은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지 않을까요?”
문정희는 연기 뿐만 아니라 의상에도 서지은의 변화를 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극중 ‘강남 여신’으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아이를 똑부러지게 키우는 서지은의 패션도 시청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패션에도 캐릭터와 연기가 담겨 있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패션에 신경 써 본 적이 없어요. 서지은은 사랑스러운 성격의 인물이라 그런 성격을 표현하고자 했죠. 나중에는 스타일이 변할 거예요. 한승희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그를 거부하면서도 점점 한승희를 닮아가는 모습을 담아야 하니깐 옷과 머리스타일에도 표현될 것 같아요.”
문정희는 작품을 쉬지 않는 일명 ‘소처럼 일하는’ 배우다. 대중에게는 많은 작품을 하는 배우가 고맙고 친근감 있게 느껴지는 법. 이미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그는 안방극장 복귀 후 또 한번 배우 문정희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작품 출연을 결정할 때 ‘이제 좀 쉬어야겠다’, ‘이제 좀 출연해야겠다’ 등의 계산을 하지는 않아요. 내 인연인 게 느껴지더라고요. 인연이 안 닿게 되면 출연을 안 하게 되고요. 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면 출연을 했고, 그러다보니 작품을 쉬지 않았네요.”
jmpyo@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