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사랑', 연기·연출·대본 3박자 '웰메이드의 힘' [종영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9.12 07: 27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이하 괜사랑)가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각기 다른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던 인물들은 사랑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 과정에서 섬세한 연출과 아름다운 대사들이 빛났다. 연기 연출 대본,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조화를 이뤘기에 '괜찮아 사랑이야'는 웰메이드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줬다.
◇ 조인성, 절정에 오른 연기
'괜사랑'은 톡톡 튀는 로맨틱 코미디이자 눈물샘을 자극하는 정신의학 드라마였다. 변화를 이끈 캐릭터는 조인성이 연기한 장재열이었다. 초반에는 영민하고 재치 있는 성공한 추리소설 작가로 그려졌다면, 의붓아버지를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며 그의 어린 시절 아픔과 가족의 비극이 드러났다. 자신만만한 그는 실제로는 환시에 시달리는 정신분열증 환자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안방극장을 울렸다.

조인성의 물오른 연기와 다채로운 매력 또한 돋보였다. 능청스러운 미소와 다정한 눈빛은 완벽에 가까운 남자친구를 완성했다. 전반부에서 '스타' 조인성의 이미지를 활용했다면, 후반부에선 '배우' 조인성이었다. 병실을 찾아온 지해수(공효진)에게 "이런 말 하지마? 그럼 니가 가?"라고 말하는 14회 장면은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장재열이 느끼는 두려움과 혼란이 그의 목소리와 표정을 통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조인성을 포함해, 신경질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정신과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 공효진, 든든한 조력자로 코믹과 진지를 오간 성동일, 투렛 증후군 연기로 강렬함을 남긴 이광수, 전 남편과 아슬아슬한 우정을 이어가는 진경 등도 훌륭했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강도 높은 감정 연기로 뛰어난 몰입을 보여준 도경수는 '괜사랑'이 발견한 신인배우이다.
◇ 김규태, '딱 좋은' 연출
인물들의 심리가 중요하게 다뤄진 드라마인 만큼 연출도 섬세하고 세련됐다. 특히 자신의 환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재열의 심정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탁월했다. 15회에서 장재열은 지해수의 도움으로 한강우(도경수)가 자신의 어린 시절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는 각기 다른 방향에서 뛰어오던 어린 장재열과 한강우가 합쳐지는 것으로 설명됐다. 
디테일도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15회에서 장재범(양익준)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장재열을 찾아와 분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둘렀다. 저항은커녕 바닥에 누워 형의 발길질을 그대로 맞고 있는 재열의 얼굴은, 14회에서 차에 치여 도로 위에 쓰러진 한강우(도경수)의 그것과 비슷한 앵글로 담겼다. 이는 강우가 곧 재열이기 때문이었다.
배경음악과 OST는 '괜사랑'의 완성도를 높여줬다.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장재열의 어린 시절이 흑백화면으로 등장할 때면 경쾌한 팝송이 흘러나왔다. 비참한 상황과 대조되는 음악의 분위기는, 장재열 가족의 비극을 극대화했다. 정지화면과 흑백처리로 폭력적인 장면을 효율적으로 그려낸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다.  
조인성을 중심으로 한 극적인 클로즈업은 '괜사랑'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지해수(공효진)가 장재열을 홈메이트로 맞이하는 2회 신에서 장재열은 마치 CF의 한 장면 속 주인공처럼 등장해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 노희경, 로코가 마냥 가볍다고?
노희경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가볍다'는 편견을 깼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무거운 주제들을 결코 가볍지 않게 다뤘다. 홈메이트 모두 가장 가까운 사람, 즉 가족에게 상처 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안가족처럼 서로를 보듬었고, 스스로 안부를 물었다. 그 누구도 제 정신은 없지만, 희망을 이야기했다. 원동력은 사랑이라는 것이 작가의 메시지였다. 장재열과 지해수의 로맨스를 결혼으로 끝맺지 않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곳곳에 복선과 암시가 있었다. 16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허투루 쓰인 장면도, 소품도 없었다. 장재열의 반복되는 위험한 행동은 죄책감에 따른 자해로 연결됐고, 한강우의 전신 장면이 없었던 이유는 그가 언제나 맨발이었다는 것을 후반에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한강우가 쓴 야구 모자는 훗날 루게릭병을 의미했다. 종영에 가까워질수록 완성도가 떨어지는 여타 작품들과 달리, '괜사랑'은 '쪽대본' 없는 반사전제작이었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옥같은 대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회에서도 "사랑은 상대를 위해 무언가 포기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해내는 것" "그동안 남에게 수많은 굿나잇 인사를 했지만 제 자신에겐 한 적이 없다. 오늘은 자신에게 안부를 묻고 굿나잇 인사를 하겠다" 등 담백하지만 울림이 있는 대사들이 이어졌다.
jay@osen.co.kr
'괜찮아 사랑이야'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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