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PD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꽃청춘’, 본질을 찾다 [첫방②]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9.13 07: 30

배낭여행은 본질적으로 청춘의 영역에 속한다. 가벼운 주머니에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은 배낭 하나를 달랑 매고, 용돈을 모으고 푼돈을 벌어 여행을 떠난다. 모든 게 서투르지만 지금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들은 어린아이였던 그를 성장하게 만든다. 처음 ‘꽃보다 할배’가 신선했던 건 배낭여행이 가진 이 같은 이미지를 뒤집었기 때문이었다. 70세를 훌쩍 넘긴 할배들이 배낭을 메고 모든 것이 낯선 유럽의 도시를 좌충우돌 여행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또 이런 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그들의 청춘을 알기에 보는 이들은 자신의 부모 세대를 떠올리며 남다른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할배들의 여행이 끝나고 시간은 거슬러 흐르고 흘렀다. 할배들보다 조금 더 젊고, 까다로운, 여배우들의 여행이 그려졌는가 하면(‘꽃보다 누나’),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자타공인 청춘이란 이름이 익숙한 뮤지션들의 여행이 그려졌다.(‘꽃보다 청춘’ 페루편) 그리고 드디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배낭여행의 주인공 20-30대 청춘들이 정면에 섰다. 그리고 그 사이 배낭여행은 더욱 혹독해지며(?) 실제 배낭여행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그런 의미에서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은 ‘꽃보다’ 시리즈의 완벽한 결정판이고 화룡점정이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에서는 제작진의 농간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라오스로 여행을 떠나게 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역들 유연석, 바로, 손호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유연석, 바로, 손호준은 tvN의 광고를 찍는다는 스케줄 이야기만 듣고 검정색 양복을 빼 입고 방송국에 등장했다. 나영석 PD의 말을 충실하게 잘 지킨 매니저들 덕분에 바로는 내일 찍을(?)빙그레 광고를 떠올리며 즐거워하고 있었고, 유연석은 영국으로 화보 촬영을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해태 광고를 찍고 싶다며 바로와 유연석을 부러워하던 손호준은 다음 스케줄이 라오스 여행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몰래카메라의 종료와 여행지로의 출발은 ‘꽃보다 청춘’식으로 재빨리 진행됐다. 처음에는 얼떨떨해하던 세 사람은 바쁜 스케줄과 여건 탓에 꿈에도 꿔 보지 못한 배낭여행을 하게 된 흥분과 즐거움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여행과 동시에 찾아온 조증으로 형들에게 애교를 떠는 바로나, 처음 먹어 본 비행기 기내식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손호준, 배낭여행의 유경험자로서 친구와 동생에게 즐거운 배낭여행을 선사해주고 싶은 유연석의 엄마 캐릭터는 청춘 특유의 꾸미지 않은, 순수한 면들이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세 청춘의 라오스 여행은 ‘꽃보다’ 시리즈 어떤 팀보다 가난했고, 열정이 넘쳤다. 챙겨먹는 약이 없고(?) 돌봐야할 처자식도 없는 이들은 그야말로 촬영을 위해 입고 나온 양복 한 벌만 걸친 채 라오스에 떨어졌고 제작진이 건넨 최소한의 경비로 숙소를 구했다. 다소 고령의 청춘이었던 페루 팀은 숙소를 고르는데도 고려할 사항이 많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체크하고 흥정했지만, 라오스 팀은 앞뒤 따지지 않는 ‘선결제 후확인’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청춘의 패기를 보였다.
만약 ‘꽃보다 청춘’이 ‘꽃보다’ 시리즈의 맨 첫 판이었다면, ‘꽃보다’ 시리즈는 시리즈로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출연진이나 구성만 따져놓고 본다면 흔히 다른 방송에서도 볼 수 있는 여행 버라이어티, 혹 관찰 여행과 달라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꽃보다 할배’가 있고,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청춘’ 페루 팀이 있기에 ‘꽃보다 청춘’ 라오스팀은 독특한 개성을 갖게 됐고 특별해졌다.
이제 시청자들은 완결판인 ‘꽃보다 청춘’을 보며 지난 ‘꽃보다’ 시리즈를 반추해 본다. 여행 중에 생긴 갈등을 풀어내는 것도 각 팀마다 비슷한 듯 다르다.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할배들은 서로의 성향을 다 알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맞춰가고 포기하며 갈등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심스러웠던 여배우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면이 강했고, 혼자만의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꽃청춘’ 뮤지션들은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서로를 이해해갔다. 이날 방송 말미 유연석과 손호준은 심각하진 않지만,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바로는 막내다운 붙임성으로 서먹한 분위기를 풀었고, 유연석은 낯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손호준을 위해 과일을 사주며 돈독한 의리를 과시했다. 이렇게 먹고, 싸우고, 또 다시 함께 뒹구는 것이 청춘이었다.
이들의 성향을 아직까지 뭐라 정리할 수 없지만, 티격태격하다가도 없는 살림에 서로를 챙겨주는 세 ‘꽃거지’의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냈다. ‘꽃보다 청춘’ 페루팀처럼 심각한 상황을 즐기거나 제작진을 들었다놨다하는 노련한 여유는 없었지만, 여행 그 자체를 즐거워하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예쁘고, 청춘다웠다.
'꽃보다' 시리즈의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게 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시간이 거꾸로 흐를수록 더 또렷해지는 것은 각 여행의 개성이다. 할배들이 돌아보는 그 시간, 페루 팀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믿는 그 시간의 뜨거운 순간들을 라오스팀은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배낭여행의 원형을 찾은 '꽃보다 청춘'을 그저 보며 즐기는 것이다. 앞으로의 시간들을 기대해 본다.
eujenej@osen.co.kr
'꽃보다 청춘' 방송화면 캡처, '꽃보다 청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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