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널사’ 왕지원 “외로웠던 시간…첫사랑 같은 작품” [인터뷰]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9.13 07: 30

국립발레단 출신에 1급 공무원인 아버지. 배우 왕지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설명들이다. 화려한 배경 때문인지 화면 속 그는 도도하고 까다로워 보인다.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이하 로필)에서도, 지난 4일 종영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에서도 그는 야망 가득한 여인들을 맡았다. ‘운널사’에서 벗어나 인터뷰를 위해 자리한 그에게선 소탈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넘쳤다. 
 
‘운널사’에서 그는 발레리나이자 건(장혁)의 오랜 연인 강세라 역을 맡았다. 6년 동안 자신만 바라보던 남자 건을 미영(장나라)에게 ‘잃어버리는’ 여인이다. 건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건과 미영의 사랑을 방해한다. 보는 이에 따라 건을 향한 세라의 마음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얄밉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에게 질타도 꽤 받았다. 시청자 반응을 꼼꼼히 살피며 많이 배운다는 그는 이런 시청자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세라는 모든 것을 잃어요. 위로받거나 기댈 사람이 없죠. 하소연 할 곳도 없어요. 시청자들에게 욕도 먹어요. (웃음) 세라가 안쓰럽고 속상했어요. 세라는 나약한 사람은 아니지만 외로운 사람이거든요. 저도 캐릭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현장이 워낙 유쾌하고 밝아 촬영할 땐 즐겁지만, 혼자가 되면 세라의 기분이 이어져요. 굉장히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세라는 ‘운널사’의 주요인물 중 유일하게 코믹한 요소가 없는 인물이었다. 매사 진지하고 심각했다. 코믹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애드리브를 구상하고 리허설을 하는 동료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는 “세라까지 코믹했다면 드라마가 너무 가벼웠을 것 같다”면서도 “실제론 장난기도 많고 털털한 성격이다. 감독님들이 첫 미팅에 꼭 하는 말씀이 ‘첫인상과 다르다’다. 평소엔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다닌다”고 웃었다.
세라는 왕지원과 다른 듯 닮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는 세라의 선택에 동의했다. 세라가 건의 프러포즈를 진작 받아들였다면, 음성메시지만 남기고 뉴욕으로 떠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운명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왕지원은 자신도 세라와 같은 상황에서 일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발레는 특히 수명이 짧은 직업”이라며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다려 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다만 어떻게든 상대방을 직접 만나 설득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왕지원은 세라처럼 발레와 깊은 인연이 있다. 그는 영국 로열발레학교 출신으로 17년 동안 발레를 했다. 발레에 대한 열정이나, 그만두는 심정 등 세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역시 거쳤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발레를 접으며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후회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인연이 돌고 돌아 어느새 드라마 속 장면을 위해 발레를 연습하고 있더라”며 “촬영현장에 나의 오랜 발레 선생님을 모셨는데, 선생님도 나도 울컥했다”고 했다.
덕분에 남들보다 유리한 점도 있었다. 기초 체력이었다.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쉼 없이 작품을 해왔는데 의외로 잘 버티고 있더란다. 인터뷰 날도 활기가 가득했다. 다만 그 시절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노력들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발레를 하면서 일상처럼 해오는 것들이 있다. 식이조절이나 운동 보다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몸무게를 확인하는 습관이다. 적당한 체중이 유지되게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공통점이 또 있었다. 강인한 면모였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힘든 부분을 이야기하고 위로 받는 것도 좋지만 요즘 들어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고 극복하는 시간도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세라의 미래를 ‘쿨한 여성’으로 묘사했다. “쉽게 사랑을 시작하진 못해도 꿈을 이뤄나가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장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장혁은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후배들의 긴장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특히 장혁, 이동윤PD, 왕지원 모두 개그 코드가 통해 현장에서 많이 웃고 떠들었다고 했다. 드라마 속 사사건건 갈등을 빚은 장나라였지만, 장나라는 왕지원에게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 함께 출연했던 최진혁과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연기하면서 늘 느껴요. 연기하길 잘했다고요. ‘로필’에 함께 출연한 김소연 언니가 그랬어요. 저는 참 운이 좋다고요.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부딪치면서 배우는 점도 참 많은데, 저는 항상 그런 환경을 만났어요. 이번에 장혁 오빠와 함께 하며 상대배우와 호흡이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배웠어요. 상대방의 대사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장면이 달라지더라고요.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뿌듯하고 감사해요.”
왕지원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우선 거창한 여행 계획 보다는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게임기를 가지고 놀면서 쉬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올해를 마무리할 것 같다고 했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운널사’는 첫사랑 같은 드라마예요. 생각하면 미묘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드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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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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