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은 배우 강동원의 영화라고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변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정말 슬픈 이야기를 밝게 그리고 싶었다'는 이재용 감독의 목표에 상당 부분 기여하는 이가 강동원이다. 그는 전작인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혀 다른 캐릭터를 들고 나왔다. '군도:민란의 시대' 속 조윤이 치명적일 만큼 아름다운 악역으로 판타지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두근두근 내 인생' 속 대수는 일부러 외적인 아름다움을 덜으려 작심한 듯 현실적이고 수더분한 모습이다. 실제로 체중도 10kg 정도 불렸다고 한다.
여기에 아버지다. 물론 영화 '의형제'에서도 자식을 둔 아버지 역을 맡아 연기했지만 부성애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빠와 강동원. 일면 안 어울리는 이 조합은 그렇기에 살짝살짝 마찰을 내며 그래서 더 흥미로운 그림을 그려냈다. '강동원이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란 발견. 그리고 일종의 대견함.
강동원이 분한 대수라는 조로증 아들을 툰 택시 기사다. 형편이 넉넉치 못해 주기적으로 알바도 뛰는데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아들보다 더 아이같은 이 아빠는, 아들 아름이(조성목)가 선물로 받은 게임기를 탐내고 TV에 나온 걸그룹을 보며 침을 흘린다. 아름이가 사정상 먹어서는 안 되는 치킨을 사다주며 혼자 싱글벙글이다. 이 같은 모습은 관객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안기는데, 이런 면모가 영화를 진부한 최루성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이도 강동원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거짓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은 덤덤하지만 가슴을 치게 만들고, 대수가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김갑수)와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장면일 것이다.
영화는 '부모'에 대해 이야기하며 할아버지-아버지-손자, 3대를 관통하는 가족애를 보여준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다음에서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대수가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장면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름이가 쓴 '아버지'라는 시를 읽으며 행복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대수의 모습은 우리 부모를 생각나게 만들며 뭉클함을 안긴다. 강동원에게는 '정말 저 감정을 알까?'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한데, 그런 의문이 우려없이 사라지는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앞으로 더욱 두근두근 변신이 기대된다.
한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이성민, 김갑수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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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