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번트도 OK” 손아섭, 팀 정신으로 무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19 13: 00

손아섭(26, 롯데)은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 중 하나다. 적어도 안타 생산 능력에서는 리그의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그 손아섭도 태극마크 앞에서 자신을 낮췄다.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팀 정신’으로 무장해 있다.
지난 시즌 172개의 안타를 치며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를 기록한 손아섭은 올 시즌 한동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12경기에서 타율 3할5푼7리, 158안타를 기록 중이다. 14개의 홈런, 68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이 부문에서도 만만치 않은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롯데 부동의 3번 타자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타순이 다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손아섭을 2번 타순에 낙점했다.
손아섭이 못한다기보다는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다. 3번 타순에는 나성범(NC) 김현수(두산)와 같은 선수들이 있다. 나성범은 장타력에서, 김현수는 돈 주고도 못 살 경험과 정확도에서 서로 장점이 있다. 이에 류 감독은 리드오프로 결정된 황재균(롯데) 뒤에 손아섭을 배치시켰다. 황재균이 살아나가지 못하면 손아섭이 ‘제 2의 리드오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중요하지 않은 타순이 없지만 어쨌든 손아섭으로서는 낯선 타순이다. 손아섭은 올 시즌 2번 타순 경험이 없다. 심지어 대타로도 2번 타순에 들어선 적이 없다. 거의 대부분 3번만 쳤다. 2번은 보통 작전연결의 고리가 된다는 점에서 3번과는 주된 임무도 다르다. 그러나 손아섭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손아섭은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3번보다 타순이 더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아 좋다”라고 오히려 웃어 보였다.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다.
팀을 위해 개인의 욕심은 버리기로 했다.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노리는 공이라면 초구부터 거침없이 방망이가 나가곤 하는 손아섭이지만 대회 기간 중에는 최대한 공을 많이 보기로 했다. 출루를 위해서다. 손아섭은 “타순은 크게 상관이 없다. 어차피 내가 (큰 것으로) 해결사 역할을 하기보다는 출루를 많이 하는 유형의 선수라 오히려 대표팀에서는 편할 것 같다”라면서 “출루와 득점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라고 다짐했다.
번트도 마다하지 않기로 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 희생번트가 단 하나도 없다. 타율이 3할5푼7리, OPS(출루율+장타율)가 0.964에 이르는 손아섭에게 번트를 시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번 타순에서는 그런 사인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손아섭은 “자세는 엉성하지만 그래도 성공률은 높다. 올스타전 번트왕 출신 아닌가”라고 웃은 뒤 “번트 연습은 항상 하고 있다. 사인이 나면 성공시킬 자신이 있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비록 태극마크 경험이 풍부하지는 않은 손아섭이지만,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덕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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