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인터뷰]피에, "한화는 가족, 내년에도 뛰고 싶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9.20 06: 05

"내년에도 한화에서 뛸 의향이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 중 하나가 바로 한화 외국인 외야수 펠릭스 피에(29)다. 강렬한 인상과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눈길을 모은 피에는 뛰어난 야구실력뿐만 아니라 뜻 깊은 선행으로도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올 시즌 108경기 타율 3할3푼7리 137안타 16홈런 87타점 9도루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팀이 4강에서 멀어져 아쉽지만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한화는 정말 가족 같은 팀이다. 내년에도 뛰고 싶다"고 밝혔다. 피에를 만나 한국에서 보낸 첫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구구장 펜스와 충돌하며 다친 어깨 상태는 어떤가.

▲ 아직 치료 중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대구구장 펜스가 시즌 후 교체된다고 이야기에) 좋은 결정이다. 삼성 최형우도 갈비뼈를 다쳐 고생한 것으로 안다. 나도 다치던 날 연습을 할 때 대구구장 펜스가 단단한 것을 느꼈다. 하지만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대로 부딪쳤다. 그렇지 않으면 3루타를 줄 것 같았다. 충돌할 때는 마치 바위에 부딪친 느낌이었다. 펜스가 교체되면 선수들이 팬들에게 훨씬 더 좋은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이 많은데도 웬만하면 경기 출장을 강행하고 있다.
▲ 성격 자체가 꾀 부리는 것을 싫어한다. 팀을 위해 모든 걸 하고 싶었다. (어깨를 다쳐) 수비가 안 돼 속상했지만 감독·코치님이 필요로 하면 선수는 경기에 나가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 아픈 걸 참고 하는 건 프로로서 당연하다.
- 올 시즌이 거의 끝나 가는데 스스로를 평가해보면 어떤가.
▲ 숫자로 목표를 세우는 걸 싫어한다. 나에 대한 평가도 어차피 기록이 해줄 것이니 스스로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시즌 전 팀이 4강 가능한 전력으로 기대하고 했는데 이제 힘들어져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직 12경기가 남아있는데 우리에겐 탈꼴찌라는 목표가 있다. 하루빨리 몸 상태를 회복해 팀의 탈꼴찌에 힘을 보태고 싶다.
-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가.
▲ 개인적인 활약들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팀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승수를 올렸을 때다. 팀이 작년에 할 수 없었던 것이 내가 와서 보탬이 된 것에 기뻤다. 우리팀이 발전한 것을 숫자로 보니 더욱 와 닿았다. 선수·코칭스태프 모두가 기뻐했고, 내게도 그날이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다.
- 최고의 인기 스타로 거듭났는데 기분이 어떤가.
▲ 한국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다. 요즘 야구장은 물론 밖에서도 팬들이 많이 알아봐주신다. 원정경기를 가도 팬들이 따라와 주고, 타팀 팬들까지 응원해주신다.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기분이 좋다. 사람들마다 인생의 가치관 다르겠지만 나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 좋은 사람으로 남길 원한다.
- 시즌 중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성적이 상승하고 있다.
▲ 처음 일본 오키나와에서 손을 다쳤다. 부상 여파로 많이 위축돼 있었다. 한국도 처음이라 낯설었고, 적응이 안 됐다. 하지만 한화 선수·코칭스태프·관계자 모두가 형제·가족처럼 잘 대해줘 극복할 수 있었다.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도 '잘 될 것'이라고 격려해준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몸은 지쳐가지만 마음이 갈수록 편해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는 매일 경기에 나가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 5번 타순으로 이동한 뒤 활약이 좋다. 5번을 선호하는 이유는 있나.
▲ 나는 원래부터 3번 타순이 정말 싫다. 시즌 초반 3번을 치며 부담을 느낀 것도 있었다. 타격코치님과 감독님께서 내 의견을 반영해줘 5번으로 빼주셨다. 난 선수생활하며 루키 때부터 주로 1번 리드오프를 쳤다. 아니면 2번이나 아예 5번 이후 하위타순을 쳤는데 그게 훨씬 편하다. 올해도 5번으로 옮기면서 좋았다. 앞에서 김태균이 거의 출루하기 때문에 기회도 많이 오고, 책임감도 더 들게 된다. 나도 잘 치다 보니 상대팀이 김태균을 함부로 피하지 못하더라. 개인적으로 5번 타순에 굉장히 만족하고, 감독·코치님이 좋은 결정을 하신 듯하다.
- 외야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 원래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뛰며 실책이 1~2개밖에 안 된다. 그런데 올해는 실책(6개)이 너무 많아 실망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내년에 기회가 다시 오면 올해와 같은 모습을 안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도 수비가 좋다는 말에) 시즌 전부터 강석천 수비코치님과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 원래 내가 하던 양보다 훨씬 많았다. 그때는 힘들고, 왜 이렇게 많이 시킬까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못 잡을 것 같은 타구도 잡게 되더라. 다이빙캐치를 하지 않아도 미리 가서 잡을 수 있게 될 정도다. 수비코치님을 비롯해 모든 코치·선수들이 내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많은 도움을 준 덕분이다. 정말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 항상 고맙고, 평생 내 가슴에 남을 듯하다.
- 기대보다 도루 숫자가 적은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 올 시즌 초반 도루를 시도할 때 미국 투수들과 한국 투수들의 타이밍이 달라 고전했고, 도루성공률도 좋지 않았다. 5번 타순으로 이동하며 도루보다 타격과 타점에만 집중하다 보니 도루 시도 자체를 안 하게 된 면이 있다. 내년에 기회가 온다면 리그와 투수에 적응된 만큼 30도루 이상을 자신한다. 도루에 집중하게 될 상황이 오면 말이다.
- 올해 한국에서 뛰며 인상 깊은 선수들로는 누가 있나.
▲ 롯데 우익수 손아섭, NC 중견수 나성범, 넥센 유격수 강정호와 1루수 박병호, 리드오프 서건창이 좋더라. 투수로는 김광현과 양현종이 좋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고, 리그 수준이 높아 내년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 좋은 경쟁 구도가 될 듯하다. (김광현·강정호의 메이저리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선수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야구는 같은 룰이지만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부를 잘하면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 내년 시즌에도 한화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 올해 한국에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지만 내 마음은 내년에도 돌아와서 뛸 의향이 있다. 물론 시즌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계약 협상을 할 때 구단·에이전트와 상의해봐야 할 것이다. 한화팬들의 사랑에 감사하고, 내년에도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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