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검객' 남현희(33, 성남시청)와 '파워검객' 전희숙(30, 한국체대)이 준결승서 격돌한다.
세계랭킹 8위 전희숙은 21일 고양실내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8강전서 일본의 미야와키 카린(세계 62위)과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12-11로 진땀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2-2로 1라운드를 마감한 전희숙은 2라운드 들어 4-2로 앞서나가며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전희숙은 2라운드 들어 6-5로 추격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전희숙은 3라운드서 신중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하지만 라운드 중반 7-7로 동점을 내줬다. 전희숙의 노련미가 빛났다. 치열한 탐색전 끝에 상대의 빈틈을 정확히 공략, 8-7로 리드했다. 그러나 내리 점수를 허용하며 종료 51초 전 8-10으로 끌려갔다. 40초를 남기고는 1점을 더 내줘 패색이 짙었다. 전희숙이 기막힌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종료 29초를 남기고 10-11로 추격하더니 기어코 동점을 이뤘다.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전희숙의 칼끝이 더 빠르고 매서웠다. 미야와키와 동시에 칼끝을 내밀었지만 간발의 차로 전희숙의 득점이 빨라 천신만고 끝에 준결승 티켓을 따냈다.
세계랭킹 14위 남현희도 리우 얀 와이(홍콩, 세계 100위)를 15-4로 손쉽게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선취점을 내준 남현희는 내리 6점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1라운드를 6-1로 여유있게 앞선 채 마감한 남현희는 2라운드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찌르기로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남현희는 2라운드 중반 9-2로 멀찌감치 도망가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내리 득점에 성공, 14-3으로 리드한 뒤 2라운드 말미 4강행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전희숙과 남현희는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얄궂은 운명이다. 둘은 4년 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4강서도 만났다. 당시 남현희가 15-14로 진땀승을 거둔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희숙은 동메달을 따냈다.
피 튀기는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남현희는 2006 도하와 2010 광저우 대회서 2관왕,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안방에서 2관왕, 3연패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반면 전희숙은 '라이벌' 남현희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4년 전 준결승서 통한의 석패를 당한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남현희는 세계 14위까지 떨어졌다. 반면 8위 전희숙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다. 단연 우승후보 0순위다.
둘의 물러설 수 없는 준결승전은 이날 오후 6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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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좌)-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