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검객' 전희숙(30, 한국체대)이 '땅콩검객' 남현희(33, 성남시청)를 넘고 대망의 결승 무대에 올랐다.
세계랭킹 8위 전희숙은 21일 고양실내체육관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4강전서 세계 14위 남현희를 15-7로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 최소 은메달을 확보했다. 반면 남현희는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전희숙은 아시안게임 개인전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전희숙은 2006 도하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0 광저우 대회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개인전 정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안방에서 아쉬움을 날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얄궂은 운명이었다. 전희숙과 남현희는 4년 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4강서도 격돌했다. 당시 남현희가 15-14로 진땀승을 거둔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희숙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피 튀기는 혈전이 예고됐다. 남현희는 도하와 광저우서 2연속 2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여자 플뢰레 단체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한국이었다. 남현희가 이날 개인전서 금메달을 딸 경우 전무후무한 3연속 2관왕에 다가설 수 있었다.
전희숙은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4년 전 준결승서 남현희에게 통한의 석패를 당한 아픔을 설욕할 절호의 기회였다. 세월이 흘러 전희숙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았고 남현희는 그보다 뒤진 14위였다. 전희숙은 예선서도 5전 전승, 전체 2위를 차지한 반면 남현희는 3승 1패, 전체 6위에 올랐다. 전희숙의 우세승이 예상된 이유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경기 흐름은 정반대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남현희가 빠른 발을 앞세워 선취점을 뽑은 뒤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전희숙은 1-3으로 뒤지고 있을 때 잠시 숨을 고른 뒤 2-3으로 추격했다. 시종일관 팽팽했다. 남현희가 도망가면 전희숙이 쫓아가는 형국이 이어졌다. 역전의 명수 전희숙이 분위기를 뒤집었다. 침착했다. 1라운드 1분여를 남기고 5-4로 역전하더니 7-4로 달아났다. 1라운드는 전희숙이 7-5로 리드했다.
전희숙이 꾸준히 리드를 유지했다. 10-7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한 번 기세가 오른 전희숙은 거칠 것이 없었다. 남현희의 스피드가 떨어진 틈을 타 힘있게 몰아붙였다. 내리 4점을 따내며 14-7로 멀찌감치 도망갔다. 전희숙은 마지막 공격서 회심의 찌르기를 성공하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전희숙의 완승이었다.
한편 전희숙은 잠시 뒤 오후 7시 50분부터 중국의 러후이린(세계 11위)과 금메달을 놓고 자웅을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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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좌)-전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