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돌아올 걱정 안하고 코믹연기, 막 던졌다” [인터뷰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9.22 07: 58

배우 장혁(37, 정용준)은 진중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미친 듯이’ 웃겼던 이건은 없었다. 작품에 몰입해 막 ‘던지다’가도, 작품이 끝나면 다시 인간 장혁으로 돌아온단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눈빛이 반짝이며 진지하고, 가끔 재치 있는 농담을 할 때는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연기 이야기를 하던 그에게 언론과의 인터뷰는 팬들과의 소통이었다. 장혁과 ‘명랑소녀 성공기’와 ‘운명처럼 널 사랑해’까지 두 작품이나 함께 한 장나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24시간 내내 웃긴 남자’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작품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인터뷰에서는 웃음기를 거둘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럼에도 간혹 그가 ‘던지는’ 농담은 꽤나 웃음이 나왔다.
장혁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거침 없이 망가졌다.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과장된 코믹 연기가 드라마의 인기를 책임졌다. 특히 대본 외에도 현장에서 감독,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즉흥 코믹 연기가 드라마를 보는 또 다른 재미였다. 이건이 노래방에서 장혁이 과거 TJ로 활동했던 시절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장면이었다.

“사실 대만 원작 드라마에서는 남자 캐릭터에 코미디 성향이 없어요. 드라마 출연 전에 원작을 2번 봤어요. 드라마를 보고 나니, 웃긴 부분을 집어넣어도 나중에 시청자들이 진지한 감정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에게 제가 코믹 연기를 막 던질테니 돌아올 수만 있게 해달라고 했죠. 감독님 믿고 다시 진지한 연기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이런 걱정 안하고 막 던졌죠.(웃음) 사실 장나라 씨가 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진지한 감정선을 잘 유지해줬어요. 저 혼자 막 던지면 사실 날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장나라 씨가 중심을 잘 잡아줬죠. 그래서 못 돌아오면 어떡하나, 이런 부담이 없었어요.”
장혁은 인터뷰 내내 ‘던진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눈 후 곱씹어보면, 그에게 있어서 ‘던진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였다. 연기에 몰입을 한다는 의미도 ‘던진다’는 말을 했다. 후배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꿈을 키우라는 말을 할 때도 ‘던진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물불 가리지 않고 임한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던진다’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자연스러운 배우 장혁과 참 잘 어울리는 단어다.
장혁에게 코믹과 진중한 연기는 별 차이가 없다. 작품 속 상황과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하는 것이지 코믹 연기가 어렵다든가, 한없이 진지한 연기가 덜 어렵거나 하지 않단다. 물론 드라마에 나온 귀여운 베드신인 일명 ‘떡방아신’이나 ‘쌀보리신’도 마찬가지란다.
 
“액션신이나 베드신, 코믹신 등 상황에 따라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어떤 배우와 어떤 감독과 어떤 작품에서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제 개인적으로 임하는 감정이 쉽거나 어렵거나, 이런 게 결정돼요. 꼭 그 장면이어서 어려운 건 아니에요. 이미 감독님이 제가 연기로서 신나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셨다면 배우는 연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번 작품은 제작진이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판을 제대로 만들어주셨어요. 정말 감사한 부분이죠. 이 제작진과 그리고 장나라, 최진혁 씨 등 여기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어요.”
장혁과 장나라는 일명 ‘재회 커플’이다. 12년 전 ‘명랑 소녀 성공기’의 대박 흥행을 이끈 후 이번 작품까지 함께 하며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믿고 보는 커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명랑 소녀 성공기’ 촬영은 정말 빡빡했거든요. 그래서 ‘운명처럼 널 사랑해’만큼 많은 대화를 한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장나라 씨가 어린데도 연기 센스가 있었어요. 제가 애드리브를 막 던져도 다 받아줬죠. 이번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제가 이 친구한테 반말을 했는지 존댓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존댓말을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친해진 후 말을 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오랜 만에 연기 호흡을 맞췄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두 사람이 만드는 로맨스는 애절하면서도 달달했다. 12년 전과 달라진 것은 장혁이 그 사이 유부남이 됐다는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극중에서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는 농익은 연기만큼이나 12년 전보다 더 높았다.
“사실 자주 만나도 어색한 사람이 있고 오랜만에 만나도 편안한 사람이 있잖아요. 나라 씨와 제가 그랬어요. 대화를 하다가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함께 있을 수 있었어요. 저와 나라 씨, 그리고 감독님까지 셋이서 정말 대화를 많이 했죠.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배우의 연기를 받아주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장나라 씨는 그런 리액션이 좋은 배우예요. 제가 연기를 던졌는데, 받아주지 않으면 난감하죠. 장나라 씨가 연기를 던지면 제가 받아줘야 하는 거고요. 그런 점에서 나라 씨와 공효진 씨, 수애 씨, 조진웅 씨, 차태현 씨 등 제가 함께 했던 배우들은 액션과 리액션이 모두 좋은 배우였어요.”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가 그러하듯 중반 이후 대본이 늦어지며 빡빡한 촬영 일정으로 강행군을 했다. 그나마 초반 시청률 3위로 출발해 1위와 2위를 오르락내리락했던 까닭에 배우들과 제작진이 더 신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있었지만 그래도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없어요. 다만 잠을 잘 못잔 게 힘들었죠. 제일 무서웠던 게 베드신이었어요. 베드신을 어떻게 찍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우면 잘까봐 걱정이 됐죠. 언젠가는 6일 동안 잠을 못 잔 적도 있어요. 그런데 나라 씨와 제가 호흡이 좋은 게 누워서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으면 한번은 제가 정신을 차리고 한번은 나라 씨가 정신을 차렸죠. 까딱 잘못 하면 둘 다 잠에 빠질 수 있는데 서로 한번씩 정신을 차리면서 연기를 했어요.(웃음) 그래도 작가님이 쪽대본을 주시진 않았어요. 쪽대본은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니깐 배우들이 더 힘들죠. 저희는 통대본이 늦게 나왔어요. 그래도 통대본이 늦게 나오는 게 쪽대본을 받는 것보다 낫죠. 대본이 늦어지는 것은 작가님이 그만큼 작품을 만들어가는 데 고민을 하신다는 것이고 창작 과정이니깐 존중합니다.”
 
이 작품은 중반 이건이 기억상실 장애를 앓는 장면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이건과 김미영(장나라 분)이 한창 사랑을 진전시킬 때 등장한 장치였다. 많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기억상실 장면을 택하면서 어떤 시청자는 ‘막장 전개’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기억상실이라는 장치를 던진 거죠.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편집을 감각적으로 하시더라고요. 시간 순서대로 담는 게 아니라 왜 기억상실이 됐는지를 먼저 보여주고 이야기를 시작하니깐 시청자들이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김밥에 김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당연한 것을 전형적이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건 제작진의 몫이죠. 배우 입장에서 제작진을 믿었기에 우리는 연기를 던졌죠.”
장혁은 열정이 많은 배우다. 다소 괴팍한 성격이 있는 이건을 표현하기 위해 구두쇠 캐릭터인 스크루지를 접목했다. 이건의 웃음 소리였던 ‘움하하하’는 만화 스크루지의 목소리를 떠올리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연기 외에도 참 세밀하게도 이것저것 챙겼다. 어떻게 하면 괴팍스러워 보일 수 있을지 의상도 신경 썼고, 긴 머리로 다소 코믹한 인물인 이건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스스로 말하는 과감하게 ‘던졌고’, 인간 장혁을 내려놨다. 다음 작품을 위해 그 캐릭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는 동안 장혁은 데뷔 후 30작품이라는 다작 배우로 거듭났다.
“데뷔 초에 어떤 선배가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네가 정우성보다 잘생겼어? 네가 차태현보다 웃겨? 네가 황정민보다 연기 잘해? 너 뭐 할래?’라는 말이었죠. 그 말을 듣고 웃음만 났어요. 다 맞는 말이었으니까요. 정말 감사한 조언이었죠. 그 때부터 막 던지면서 연기를 했어요.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했고 앞으로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많은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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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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