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배구] '예선 최대고비' 태국전, 스피드-응원전 넘어라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9.23 06: 15

"예선서 태국을 잡아야 쉬운 경기를 할 수 있다."
조별리그 최약체로 꼽히는 인도(FIVB랭킹 101위)를 꺾은 후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26)은 다음 경기인 태국전이 예선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연경이 예선 마지막 경기로 예정되어있는 일본전이 아닌, 태국과 경기를 고비로 꼽은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선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3일 인천송림체육관에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배구 여자 예선 A조 2차전 태국과 경기를 치른다. 상대 태국은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2위에 올라있는 아시아 여자배구의 소리없는 강자 중 하나다. 아시아권에서 여자배구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삼파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태국 역시 만만히 볼 팀이 아니다.

자국에서 국민스포츠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태국 여자배구는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간의 콤비플레이를 앞세워 최근 무르익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더구나 세계선수권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아시안게임에 2군을 파견한 일본, 중국과 달리 태국은 세터 눗사라 톰콤과 에이스 오누마 싯티락, 주장 윌라반 아핀야퐁, 국민스타 플레움짓 씬카우 등 월드그랑프리에 출전했던 1군 선수들이 인천을 찾았다. 태국이 이번 대회 우승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누마의 탄력 넘치는 점프에서 시작되는 파워풀한 백어택, 그리고 플레움짓을 비롯한 센터진이 변화무쌍하게 펼치는 속공 플레이 등은 경계할 만하다. 특히 세터 눗사라의 빠른 토스워크에서 시작하는 스피드한 배구는 상대하기 까다롭다. 지난 21일 조별리그 1차전 경기서 일본을 3-1로 꺾어 분위기도 좋다. 이 경기서 오누마는 무려 32득점을 올리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공격성공률도 50%에 달했다. 김연경이 "일본보다 빠른 배구를 하고 다양한 콤비플레이가 있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많아서 경계해야한다"고 이야기했던 이유다.
또 하나의 경계대상은 태국팬들의 열렬한 응원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태국에서 여자 배구는 국민스포츠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원정까지 오는 팬이 있을 정도다. 지난 8월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대회 당시 태국팬들의 열기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당시 경기가 열린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은 태국팬들로 꽉 들어차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배구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입석팬'들도 넘쳐났다.
당시 대한배구협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화성을 찾은 태국팬의 수는 1500여 명에 육박했다. 교민들과 원정 응원단까지 합세해 자국 배구스타들을 응원하기 위해 화성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친 것. 경기장 곳곳에 태국 국기가 펄럭였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마다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흡사 태국의 홈경기장에 온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다.
인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태국-일본전 관중석은 태국팬들로 만석을 이뤘다. 김연경도 "태국에서 배구가 워낙 인기가 좋다. 태국팬들이 더 많이 오지 않을까. 아마 (티켓의)반 정도는 태국팬들이 예매했을 것 같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이니 한국팬들도 많이 응원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배구, 그리고 태국팬들이 펼칠 홈팀을 압도하는 엄청난 기세의 응원전을 넘어야 승리할 수 있다. 20년만의 금메달을 목표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는 한국 여자배구가 태국이라는 고비를 잘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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