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 韓영화계에 던진 화두..'어바웃타임+겨울왕국'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9.23 07: 30

다양성 영화로 분류된 할리우드 영화 '비긴 어게인'(존 카니 감독)이 250만 관객 고지를 점령한다. 이와 함께 한국영화계는 두 달여간 기적같은 흥행을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비긴 어게인'은 지난 22일 전국 4만 4647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는 248만 2404명이다. 이로써 '비긴 어게인'은 오늘(23일) 25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앞서 243만 3298명을 동원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을 넘어 다양성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상태. 또 2014년 개봉 외화 중 9위까지 상승했다.

'비긴 어게인'의 제작비는 1,000만 달러로 할리우드 평균 제작비 7,500만 달러의 7분의 1 규모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약 5배에 달하는 4,7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비긴 어게인'의 두 달여간 이어진 흥행가도는 반전을 넘어 기적이라고부를 만 하다. 추석 연휴전부터 슬슬 입소문이 차오르더니 연휴 기간 복병으로 활약하고, 이후 매주 신작들의 개봉 속에서도 부드럽지만 매서운 흥행력을 보이며 박스오피스 차트 역주행을 보여줬다.
일례로 8월 13일 개봉 첫 주말 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9위로 출발했지만, 개봉 2주차 주말에는 15만여 명을 동원하며 3위로 급상승했다. 9월 12일부터는 무려 2주간이나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며 입소문의 파급력을 과시했다.
'비긴 어게인'은 스타 명성을 잃은 음반프로듀서와 스타 남친을 잃은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노래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작품. '원스'를 만든 존 카니의 작품인 만큼, 기본적으로 음악 영화이지만 음악에 방점을 찍은 날 것의 영화가 아니라, 음악을 소재로 한 매끈한 상업영화라고 할 만 하다. 이 부분이 '비긴 어게인'이 전 연령층의 관객을 흡수하게 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비긴 어게인'은 앞서 '어바웃 타임'과 함께 북미 포함 전세계 모든 개봉 국가 중 한국에서 흥행 수익 1위(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달성했다. '입소문으로 인한 장기 흥행'이 공통점이다. '비긴 어게인'은 이런 '어바웃 타임'과 한국에서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교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 '어바웃타임'은 정작 본국인 영국에서 흥행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북미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큰 사랑을 받은, 일면 독특하고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12월 5일 개봉해 338만 5904명을 기록했다. 외화 로맨틱코미디로서는 상당한 숫자다.
'어바웃 타임'의 인기는 '로맨틱코미디의 명가'인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 영화에 대한 신뢰가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워킹타이틀 역시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는 전언. 아직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향수를 지닌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사실 남녀간의 말랑말랑 사랑이야기를 다룬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부자(父子),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는 것은, 관객들에게 배신감이 아닌 새로움으로 다가갔다.
가장 놀라운 성과를 거둔 작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으로 지난 1월 개봉, 국내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겨울왕국'은 OST의 빅히트와 함께 3D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장르의 협공이라 가능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레미제라블'(591만 1890명)은 한국 관객들의 뮤지컬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한 차례 보여준 바 있는데, 이에 더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초기의 복고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전 연령층에 사랑받았다.
'비긴 어게인'은 두 영화의 농축된 접합으로 한국에서 독보적 성공을 거둔 외화 사례를 남기게 됐다. '비긴 어게인'이 쟁쟁한 한국영화들과 화제의 외화들 사이에서 국내 박스오피스의 복병이 된 이유는 음악의 힘이 컸다. 더불어 다양성 영화로 분류돼 있음에도 폭넓은 관객들을 흡수할 수 있는 상업영화의 코드를 지녀 보다 유연성을 발휘했다.
더불어 따뜻하고 긍정적인 정서적 분위기, 단순히 친구-연인을 넘은 가족의 사랑을 일깨우는 휴먼드라마, 음악이나 배우 같은 신드롬을 일으킬만 한 포인트 등이 다양하게 언급되고 있다. 
nyc@osen.co.kr
'비긴 어게인' 스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