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상대 선취점’ 파키스탄, 지고도 박수 받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9.23 21: 13

선수들의 엉성한 폼, 17명이 전부인 선수단, 그리고 유난히도 없어 보이는(?) 장비. 경기가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파키스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팀이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진지한 열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감이었다. 한 수 위의 전력인 일본을 당황시킨 파키스탄 야구는 약체 팀들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연 돋보였다.
파키스탄은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조별예선 일본과의 경기에서 예상 외의 선전을 보이며 팬들을 깜짝놀라게 했다. 비록 가면 갈수록 마운드 자원의 고갈, 그리고 기본기 부재를 드러내며 1-9로 지긴 했지만 콜드게임을 면하며 9이닝을 모두 소화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날 경기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파키스탄은 사실상 야구 불모지에 가깝다. 날아오는 공을 치는 것은 전 국민적인 인기를 모으는 크리켓이 압도적인 인구를 자랑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은 당시 파키스탄을 17-0, 5회 콜드게임 승리로 꺾었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빅3’는 물론 중국도 이기기 힘든 전력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야구의 씨를 뿌리려는 작업이 이어졌고 서남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첫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진지하면서도 만만찮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승리 이상의 값진 성과를 얻었다. 오히려 초반에는 일본을 당황시키는 등 선전했다. 파키스탄이 예상을 깨고 앞서 나가자 관중들도 파키스탄 선수들의 플레이마다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1회에는 선취점을 냈다. 산두 자와르가 안타를 치고 나가며 관중들을 놀라게 한 파키스탄은 1사 후 부트의 3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1사 1,2루를 만들더니 2사 후에는 브하티가 깨끗한 좌전 적시타를 쳐내며 일본보다 먼저 득점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타자들의 기량차는 명확하게 1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헌납했지만 선수들은 득점 자체에 환호하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1회 수비에서는 선발 무하다드 우스만이 1사 만루 위기를 잘 넘기기도 했다. 좌완 투수인 우스만은 직구 최고 구속은 130㎞대 중반으로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로 일본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고 결국 마쓰모토를 루킹 삼진으로, 후지시마를 3루수 땅볼로 요리하며 1회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번트 수비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기본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선수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2회에는 1루수 사에드가 포구하는 과정에서 타자주자 이시카와와 충돌, 왼쪽 손목이 꺾여 부상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아무래도 기본기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사실상 스스로 무너진 파키스탄이었지만 호락호락 무너지지는 않으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선수들 또한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을 때마다 연신 하이파이브를 하며 모처럼 나온 국제대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간혹 엉뚱한 실책이 나오기도, 어설픈 움직임이 나오기도, 심지어 규정을 모르는 일도 있었다. 3회 마운드에 오른 나딤은 오른쪽 팔쪽에 파스를 붙이고 나왔다. 이를 본 심판진이 제지했고 덕아웃에 들어가 부랴부랴 긴팔로 갈아입고 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무궁한 가능성과 열정, 그리고 야구에 대한 진지함으로 지고도 박수를 받은 파키스탄은 오는 24일 몽골, 25일 중국과 경기를 가져 준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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