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청출어람? 1997년 선동렬과 비교해보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9.29 10: 00

"선동렬 감독님께는 비교가 안 된다".
한신 타이거즈 오승환(32)은 지난 27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 퍼펙트로 막고 시즌 38세이브째를 수확했다. 일본프로야구 데뷔 첫 해부터 한국인 최초 구원왕을 확정한 오승환은 선동렬(51) KIA 감독이 기록한 한국인 한 시즌 최다 38세이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선동렬 감독은 지난 1996년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 첫 해 적응기를 보낸 뒤 2년차가 된 1997년부터 마무리를 맡아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다. 그해 선 감독은 사사키와 같은 38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당시 일본프로야구는 구원승 포함 세이브 포인트 제도로 구원왕을 가리던 시기였다.

선 감독은 1승, 사사키가 3승. 2세이브 포인트 차이로 선 감독이 아깝게 구원왕을 놓쳤지만 당시 기준으로 그가 기록한 38세이브는 역대 외국인 최다였다. 선 감독의 기록은 200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마크 크룬이 41세이브로 신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10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았다.
이제 스승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만 남았지만 오승환은 겸손한 모습이다. 지난 28일 일본 에 따르면 오승환은 "선동렬 감독님께 비교가 안 된다. 선 감독님은 나와 다르다"고 말했다. 역사에 남을 대단한 시즌을 보내며 청출어람을 보여주고 있지만 스승 앞에서는 자세를 낮췄다.
이처럼 오승환이 예를 차리는 것은 선동렬이라는 투수가 한국야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선수생활 내내 마무리로만 활약한 오승환과 달리 선동렬은 데뷔 초 선발로 압도적인 성적을 낸 뒤 나이가 들어서도 마무리로 롱런했다. 특히 일본에서 보여준 활약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1997년 주니치 마무리 선동렬의 활약은 어느 정도였을까. 1997년은 4년간 일본에서 활약한 선동렬의 베스트 시즌으로 지금의 오승환과 비교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즌이다. 그해 선동렬은 43경기에서 63⅓이닝을 던졌다. 오승환(61경기·62이닝)과 비교하면 경기수는 적어도 이닝은 비슷하다. 1이닝 마무리로 한정된 오승환과 달리 선동렬은 1+이닝 마무리였다. 그 대신 오승환에 비해 등판간격을 보장받았다.
1997년 선동렬의 성적은 1승1패38세이브 평균자책점 1.28. 오승환과 세이브 숫자는 같지만 블론 적었다. 그해 선동렬의 세이브 실패는 단 한 번으로 세이브 성공률이 무려 97.4%였다. 오승환이 6개의 블론으로 세이브 성공률 86.3%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선동렬의 위엄을 크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오승환이 5개의 홈런을 허용한 반면 1997년 선동렬은 단 하나의 홈런도 맞는 않는 철벽 위력을 떨쳤다.
하지만 오승환은 한국인 최초 구원왕을 확정했고, 세이브 숫자에서 선동렬을 넘을 기세다. 여기에 62이닝 동안 탈삼진 76개로 9이닝당 탈삼진 11.0개를 기록 중이다. 1997년 선동렬의 이 63⅓이닝 69탈삼진으로 9이닝당 9.8개였는데 그보다 많다. 다만 9이닝당 볼넷은 선동렬(1.71개)이 오승환(1.77개)을 근소하게 앞선다. WHIP(0.87-0.76) 피안타율(.164-.182) 등 세부 기록에서도 1997년 선동렬이 오승환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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