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개막식서 실종된 역사의식, 폐회식은?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10.01 06: 45

'한류 콘서트'논란과 함께 실종됐던 역사의식, 폐회식서는 달라질까?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 임권택 총감독을 비롯해 장진 예술감독이 참석해 오는 4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최되는 폐막식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은 많은 논란이 생겼다. 배우 이영애의 갑작스러운 등장, 또 이것이 미리 유출된 점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아울러 장동건, 현빈, 김수현, 싸이 등 한류스타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외신에서 혹독한 평가가 이어졌다.

[우충원의 유구다언] 개막식서 실종된 역사의식, 폐회식은?

폐회식에 대한 설명 보다는 개막식에 대한 변명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진 감독은 "수많은 문화인들이 지켜온 문화 자존심에 관련된 무대에 대해 어쩌면 기사 한 줄 안 쓰시는지 야속하다. 역시 언론이 '클릭할 수 있는 위주로 기사를 쓰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언제 따로 시간이 있으면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그런 경향을 바로 잡아주시는 분도 있으시리라 믿는다"며 강경한 발언을 했다.
단순히 한류 콘서트에 불과했던 개막식은 더욱 큰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릇된 역사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인천의 자랑이라고 선정한 우정총국의 설치다. 근대식 우체국인 우정총국은 1884년 11월 개관했다. 그 해 12월 급진 개화파가 수구파를 몰아내려는 갑신정변이 무대다. 김옥균 등 개화파들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20일 만에 문을 닫은 역사다. 특히 우정총국의 역할은 대한제국의 상황을 본국에 전달하려는 외국 공관들의 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조선의 열약한 상황을 외국 공관들이 전달하면서 조선에 대한 침탈을 호시탐탐 노릴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경인선 철도도 마찬가지다. 불평등한 사업으로 인해 대한제국에 막대한 빚을 안긴 경인선 철도는 일제의 식민지 수탈을 위한 중요한 도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식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인천의 자랑으로 여겨졌다.
역사의식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진 감독은 단지 '클릭할 수 있는 기사를 쓰는구나'라면서 개막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아시안 게임의 개회식과 폐회식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개최 도시와 국가의 역사를 표현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아시아에서 살고 있는 민족들에게 개최 도시의 소개를 할 수 있는 장이다. 역사의식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으면서 불만만 표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책임자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다. 또 책임자인 장진 감독은 이미 문화계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역사의식에 대해 고민을 부탁하는 것이 어렵다면 폐회식에 대한 기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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