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레슬링] '하늘도 감동시킨' 레슬링, 그 부활의 역전드라마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0.02 06: 19

"하늘을 감동시켜라!"
안한봉 레슬링 대표팀 총감독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선수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하늘이 늘 우리를 보고 있으니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열심히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말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이를 악물고, 피땀흘려 지옥훈련을 소화한 레슬링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활의 찬가를 불렀다.
한국 레슬링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전통의 효자종목이던 레슬링은 2008 베이징올림픽,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노골드' 수모를 겪으며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레슬링은 이번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수확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단순히 '금메달 몇 개'라는 숫자만 부각된 것도 아니었다. 온국민을 울리고 웃겼던 감동의 드라마도 함께 부활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 눈에 시퍼런 멍이 들고 손가락이 골절되면서도 금메달을 따내고 포효하던 김현우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동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의 마음을 두들겼다.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신예 윤준식(23, 삼성생명)이 동메달을 신고하며 메달의 물꼬를 텄고 '늦깎이 레슬러' 이상규(28, 부천시청)는 8강전에서 상대의 발에 얼굴을 걷어채여 의치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이를 악물고 경기를 펼쳐 동메달을 따냈다. 입에서 피가 흐르는 가운데서도 승리에 대한 집념을 불태운 이상규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아테네의 영웅' 정지현(31, 울산남구청)은 10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쁨의 눈물을 글썽였다. 가족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며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웃는 그의 모습에 '노 골드' 수모 속 희미해졌던 레슬링의 드라마가 되살아났다.
정점을 찍은 것은 종목 마지막 날인 1일. 이날 한국은 4개 체급에 김현우(26, 삼성생명)를 비롯해 류한수(26, 삼성생명) 김용민(26, 인천환경공단) 이세열(24, 조폐공사)을 내보냈다. 주력은 김현우와 류한수였다. 하지만 보란듯이 네 선수 모두 각 체급에서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일궜다.
이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현우는 물론,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류한수(26, 삼성생명)의 금메달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노골드의 수모를 갚은 한국은 이세열(26, 인천환경공단)과 김용민(24, 조폐공사)의 값진 은메달까지 보태 레슬링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 레슬링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 2008년과 2010년 노 골드에 그친 한국이 2012 런던올림픽 김현우의 투혼으로 금맥의 물꼬를 튼 후 이번 대회에서 확실한 부활의 '역전 드라마'를 쓴 셈이다. 하늘을 감동시킨 레슬링의 피땀이 일궈낸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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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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