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 박현민, 표재민 기자]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까지 이어오며 tvN ‘꽃보다’ 시리즈는 그 어떤 리얼 예능프로그램보다 공감대를 형성했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스타들이 친숙해지고, 왠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 스타들의 여행에서 우리 일상의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인생의 소중한 가르침을 발견했다.
‘꽃보다’ 시리즈가 지상파 예능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공감이었다. 마구잡이로 웃기는 것보다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있다. 여행을 통해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 그리고 그런 공감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작진의 숨겨진 노력이 있다.
수장 나영석 PD가 큰 그림을 그리고 총지휘를 한다면, 두 명의 조연출(이우형, 이진주 PD)은 현장에서 연출을 돕고 편집을 맡는다. 이들은 세세하게 살을 붙인다. 이 PD들은 현장 연출 뿐 아니라 우리가 ‘꽃보다 청춘’을 보며 웃고 우는 자막과 음악 삽입 등의 전체적인 편집을 맡는다. 이후 나영석 PD가 최종적으로 편집을 한다.
또 다른 주역 최재영과 김대주 작가도 빼놓을 수 없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부터 지금의 ‘꽃보다’ 시리즈까지 이들의 손을 거쳤다. 메인 작가 이우정과 프로그램의 큰 주춧돌부터 작은 마감재까지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이진주: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을 주변 인물들과 연관시켜서 보시더라고요.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친구로 보는 거죠. 자신들을 투영시키는 거예요.
김대주: 우리 프로그램 자랑인데 해도 돼요?(웃음) 여행 버라이어티가 많은데 우리 특성상 라오스는 그렇지 못했지만 촬영 전에 제작진과 교류를 해요.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지만 열흘간 같이 다니는 동료인거죠.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제작진이 출연자들에게 간혹 반말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연석 씨, 어땠어요?’ 이러는 것보다 ‘연석아 이건 어땠어?’ 이러는 게 여행에 몰입하기가 편하기도 해요. 출연자나 제작진이 가까우니깐 카메라에 대해 인식을 안 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바로 씨 같은 경우에 버라이어티를 많이 했던 아이돌인데 ‘멘붕’이더라고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혼란스러웠던 거죠. 마음대로 해도 되냐고 하기에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요. ‘꽃보다’ 시리즈 제작진은 진짜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전 작업이나 노하우가 축재돼 있어요. 저희가 개입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팀보다 개입을 안 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풀어놓고 같이 여행 다니는 거죠. 저희는 방송 후에도 출연자들을 계속 만나요. 할아버지들도, 누나들도, 청춘들도 계속 만나고 연락을 하고 지내죠. 제작진이 아닌 그냥 형, 동생인 거예요.
제작진이 말하는대로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끈끈한 유대감은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같은 유대감에서 진지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고 있었던 이서진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졌다. 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이서진은 예능 보석으로 여겼다.
김대주: 이서진 씨는 가까이에서 보니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형이었어요. 할아버지들은 정말, 정말 좋은 분들이고요. 라오스에 같이 간 3인방은 정말 어린데 착한 친구들이더라고요. 누나들도 인간적인 분들이고, 그래서 여행을 통해 어떤 배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서 실망하는 일은 없어요. 인간적인 관계로 발전을 하니까 그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죠.
이진주: 이서진 씨는 앞뒤가 똑같은 사람이에요. 편집 없이 ‘리얼 타임’으로 그냥 봐도 웃긴 사람이죠.(웃음)
김대주: 듣도 보도 못한 캐릭터예요.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나요? 이서진 씨는 예능을 해야 해요. 연기로 느끼는 매력에 비해 진짜 일상에서 봤던 매력이 훨씬 커요. 가식이 없죠.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하니까요. 예능에서 봤던 캐릭터 중에 최고예요.(웃음) 아 그리고, 욕심 가는 캐릭터가 있어요. 호준 씨예요. 이서진 씨의 냄새, 그런 냄새가 나요. 연석 씨는 그냥 봐도 멋있고 올바르고 착하죠. 호준 씨는 너무 빈 구석이 많아요. 잘생겼는데, 구멍이 많아서 매력적이죠.
수다를 떨다보니,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을 보고 가장 궁금했던 착하고 올바른 유연석의 실제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김대주 작가의 말을 빌리면 유연석은 잘생긴 외모부터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모두 다 가진 남자였다. 소위 말하는 가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니 돌아오는 대답은 확고했다.
이진주: 가식 아니에요. 연석 씨는 천성적으로 누구에게나 서비스 정신이 있는 사람인거죠. 어디가든 거만하게 하는 걸 상상하기 힘들어요. 연석 씨는 나이가 들면 이순재 선생님보다 더 철저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김대주: 라오스 편에서 3인방이 처음에 광고를 찍는 걸로 알고 있었잖아요. 그 친구들이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광고 모델료를 받으면 어떻게 쓸지 계획이 있었더라고요. 바로 씨는 B1A4 멤버들에게 소고기를 사주려고 했다고 하고요. 호준 씨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려고 했고, 연석 씨도 계획이 있었대요. 그런데 광고가 아니라 제작진이 준비한 몰래카메라였던 거죠. 다들 생활형 연예인인데...제작진의 소원은 그들이 CF를 진짜 찍는 거예요. 정말 진심이에요. 괜찮은 CF를 찍길 바라요. 현장에서도 미안했는데, 방송 보니까 더 미안했어요. 그 친구들이 그렇게 광고 촬영을 기대하고 있을 줄 몰랐죠.
제작진은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이들의 말대로 함께 여행을 다니다보니 진짜 친구 같은, 진짜 형 혹은 삼촌 같은 사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그리는 여행은 갈등이 있다가도 언제나 금방 풀린다. 이게 여행이 주는 아름다움이자 즐거움이다. 그리고 제작진이 출연자들과 프로그램을 보는 시각이 남달랐다. 재미를 위한 예능프로그램이기 이전에 함께 여행을 다닌 이들에게 안기는 선물이랄까.
이진주: 출연자들의 여행 비디오를 만들어주는 생각으로 제작했어요. 행복한 여행 비디오를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편집을 하죠. 그러다보니 왜곡을 할 수 없죠. 여행 앨범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꽃보다’ 시리즈예요.
김대주: 출연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정말 좋아해요. 고마워하기도 하고요. 추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출연자들하고 방송을 같이 보면 제작진보다 리액션이 커요. 방송을 보면서 신나하는 거죠.
이진주: 결국엔 저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가 갔던 곳의 비디오를 제가 만드는 느낌이에요. 그게 제 여행의 기록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제 기억을 출연자들의 여행기로 만드는 것 같은 기분으로 제작을 하고 있어요.
‘꽃보다’ 시리즈는 다음 출연자,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언제나 뜨겁다. 다음 ‘꽃보다’ 시리즈는 누가 여행을 갈까, 여행지는 어디일까. 인터넷에는 지금까지 출연자들이 함께 가는 여행을 상상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리더 여행이라고 이순재, 유희열, 유연석 등이 함께 가는 여행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네티즌도 있다.
김대주: 사실 저희는 다음 출연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지금 만드는 방송이 당장 급해서요.(웃음) 다음 시리즈를 준비하면 그 때 가서 고민할 문제죠. 준비성이 대단한 프로그램은 아니에요.(웃음) 닥쳐서 하죠. 이순재, 유희열, 유연석 씨가 함께 간다면요?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 안 찍을래요.(웃음) 그런 걸 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찍으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만약에 하면 전 백일섭, 손호준 씨가 속한 팀으로 갈 거예요. 놀아야죠.(웃음) 이순재, 유희열, 유연석 씨와 함께 가는 여행은 그냥 상상만 하겠어요.(웃음)
osenstar@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