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축구] 120분 남북대결 극장, 임창우의 '내 생애 최고의 결승골'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10.02 22: 58

이보다 더 짜릿한 결승골이 있을까.
여자 핸드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자 세상 모두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기억의 한 장면. 그리고, 120분 남북대결 극장에서 '내 생애 최고의 결승골'을 터뜨린 임창우(22, 대전)는 모두의 기억 속에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쏜 남자'로 기억될 것이다.
이광종 감독이 지휘하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일 인천문학경기장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북한과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36년 전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었던 그 때의 기억을 재현하듯 연장 120분 혈투를 펼친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것은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임창우의 짜릿한 결승골이었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8년 만의 금메달을 노리며 위풍당당하게 출발한 이광종호는 많은 악재를 만났다. 믿었던 손흥민이 소속팀 레버쿠젠의 차출 거부로 합류에 실패했고,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던 윤일록은 일찌감치 부상으로 낙마했다. 설상가상으로 김신욱까지 부상을 당해 합류 시점도, 몸상태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광종호는 결승전까지 묵묵히 항해를 이어왔다.
주포들이 빠진 가운데 북한의 거친 플레이로 전반에 이재성마저 교체되자 이광종호는 답답한 공격력으로 힘겨운 승부를 펼쳐야했다. 좀처럼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날카로운 크로스나 허를 찌르는 침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후반 90분이 종료되고 연장전에 돌입해 아껴뒀던 김신욱 카드까지 꺼내들며 승리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지만, 경기는 그렇게 120분 0-0 무승부, 승부차기로 흘러가는 듯 했다.
그러나 120분짜리 남북대결 극장에는 주인공이 있었다. 극적일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골고루 마련된 이런 상황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주인공은 K리그 챌린지의 '2부리거' 임창우였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이용재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에 가로막혀 흘러나온 것을 지체없이 주워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기어코 골을 만들어낸 악바리 임창우의 결승골은 기적처럼 짜릿했고 28년의 세월이 담긴 만큼 감동이 진했다.
한국은 임창우의 활약 속에서 28년 만의 금메달 기쁨과 36년 전 0-0 승부를 마무리한 기쁨까지 얻었다. '내 생애 최고의 결승골'을 터뜨린 임창우는 누가 뭐래도 이날 120분 남북대결 극장의 주인공이었다.
costball@osen.co.kr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