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모욕한 마야…진실 외면한 두산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12 05: 59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선수 유네스키 마야(33)는 지난 11일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잠실 LG전 선발로 나선 마야는 4회초 LG 벤치를 향해 중지를 들었고, 벤치클리어링의 발단이 됐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LG 양상문 감독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벤치클리어링은 보통 선수들 간의 마찰로 끝나지만, 이 경기에서는 양 감독과 마야의 신경전이 주를 이뤘다. 경기가 끝난 뒤 양 감독은 “마야가 우리 벤치에 스페인어로 연거푸 욕을 해 흥분했는데, 앞으로 비신사적인 것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리고 화를 낸 것에 대해서는 경기장을 찾은 양 팀 팬들, 그리고 사건의 당사자인 마야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다.
양 팀 관계자의 이야기는 다소 달랐다. LG 관계자는 "양상문 감독이 두산 선발투수의 욕설을 들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의 말과 일치한다. 두산 측에서는 "다음 타자가 빨리 나오라는 뜻이었다. 마야는 욕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손짓은 비언어적 표현이기는 하지만 구성원 간의 약속에 의해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다음 타자에게 빨리 나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마야 혼자만의 약속에 가깝다. 한국에는 그런 뜻을 가진 제스처가 없다.
이 경기가 두산으로서는 여러모로 치명적인 상처였다. 마운드가 폭격당하며 8회초에만 10점을 헌납한 두산은 2-15로 대패했다. 이 1패로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인 두산은 올해 가을잔치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4강 탈락이 어느 정도 예상된 비극이었다면, 마야의 돌출행동은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문제였다.
마야의 행동보다 문제를 크게 키운 것은 구단의 대처다. 중계화면을 돌려봤을 때 두산은 사과를 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두산은 마야가 욕을 하지 않았다고만 재차 설명했다. 만약 두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경기를 지켜본 모두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든 눈앞에 놓인 상황만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면 과오를 뉘우치고 벌을 달게 받는 것보다 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남을 모두 속일 수 있을 정도로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진솔한 자세라도 보이는 것이 백번 낫다.
그러나 두산의 결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두산은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변명으로 명백한 사실을 덮으려 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당연한 실패로 귀결됐다. 마야가 욕을 하지 않았다는 두산의 주장은 LG 팬들은 물론 두산 팬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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