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에서 6위, 송일수 감독의 혹독한 첫 시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10.12 06: 03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는 준우승을 차지한 팀이라기보다 우승 직전까지 갔던 팀이라는 설명이 더 어울리는 팀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3승 1패까지 몰아붙인 것이 바로 두산이다.
그러나 올해는 포스트시즌 탈락이 일찌감치 확정됐다. 삼성을 꺾겠다는 꿈은 준플레이오프에 들어가기도 전에 꺾였다. 삼성과의 상대 전적에서는 10승 6패로 앞섰지만, 나머지 팀들 중 한화를 제외한 모든 팀에 약했다. 삼성을 바라보고 달려왔지만, 지나고 나니 삼성만 바라본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무엇 때문에 팀이 몰락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성공과 실패에 있어 원인은 복합적이기에 한 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주된 변화의 요소를 보면 맥을 짚을 수 있다. 두산이 2013 시즌에서 2014 시즌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변화는 감독의 변화다. 어쩔 수 없이 송일수 감독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마무리캠프가 끝나는 시점까지 전임 김진욱 감독이 사령탑에 있었기에 타 감독들에 비해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송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 못했다.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감독의 두 가지 임무인 관리와 활용 모두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관리, 활용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는 노경은이다. 부진을 거듭하자 두산은 6월에 노경은을 불펜으로 돌렸다. 당시 송 감독은 “퓨처스리그에 노경은 만한 구위를 가진 선수는 없다. 좋은 상황에 등판시켜 (노경은을) 살아나게 해야 한다. 경험상 선발을 하다 불펜으로 간 뒤 다시 선발로 와 좋아진 선수가 많은데,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팀의 기대와 달랐다. 불펜에서도 납득할만한 변화를 보이지 못한 노경은을 다시 선발로 기용한 두산은 노경은이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8월에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송 감독은 이때 "퓨처스리그에 가서 다시 편하게 시작하라는 뜻으로 보냈다“라고 설명했는데, 사실은 6월에 필요한 조치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진단이 많다.
노경은의 경우 기용 타이밍도 자주 논란이 됐다. 11일 경기만 봐도 노경은은 8회초 1사 만루에 나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5실점했다. 좋은 상황에 등판시켜 노경은을 살리겠다는 6월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렇게 심신의 혼란을 겪는 가운데서도 107⅔이닝이나 던진 노경은의 평균자책점은 9.20이다. 투수가 100이닝이 넘게 던지면서 9.20이라는 초유의 평균자책점을 찍게 된 것은 코칭스태프 전체의 과실이다.
수비도 도와주지 못했다.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비가 많이 내려 실전 감각을 많이 끌어올리지 못한 것도 악재였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수비의 틀을 점검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송 감독도 시즌 중 4일 휴식기가 있을 때마다 “수비 포메이션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라고 자주 말해왔다.
공격에서는 시즌 내내 번트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번트에 대한 결과론적 비판이 밀려오자 송 감독은 시즌 중 "솔직히 기분이 조금 나쁘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모두 결과를 가지고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번트에 대한 비판보다 송 감독이 더 기분 나빠해야 할 것은 현재 두산의 성적이다. 우승 문턱까지 갔던 팀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6위다.
그래도 절망적인 일만 있지는 않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여유를 두고 전력 구상과 담금질에 들어갈 시간이 있다. 송 감독도 첫 시즌이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을 수 있다. 이미 가을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팀을 바꾸겠다는 각오는 드러냈다. 호된 2014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산이 3년 만에 찾아온 아픔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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