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내생애봄날’, 이 착한 멜로! 악역 없으니 더 짠해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10.16 07: 03

악역을 찾아보려 해도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모두가 각자의 상황 속에서 자신이 최선이라 생각하는 선택을 할 뿐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갈등을 만들지만, 심각하게 나쁜 의도에서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처럼 착한 멜로드라마는 따뜻한 인물들로 인해 감동을 주는 한편,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의 비극성을 더 강조하며 안타까움을 줬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극본 박지숙 연출 이재동)에서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연인으로서 함께 모든 상황을 헤쳐 나가기로 결심하는 강동하(감우성 분)와 이봄이(최수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강동하는 이봄이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조금 지나면 ‘아, 그 때 우도에서 보고 말 걸. 그게 딱 좋았는데’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그를 집 앞에 데려다 줄 때는 “한 바퀴 더 돌까요?”라며 함께해 좋은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아침 일찍 함께 회사에 출근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며 평범한 연인으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는 많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동하의 동생 강동욱(이준혁 분)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었던 이봄이는 당연히 아버지 이혁수(권해효 분)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혁수는 강동욱과 헤어지는 것은 받아들이더라도 강동하와 인연을 맺는 것은 안 된다며 반대했다. 강동하 역시 고민 끝에 자신의 어머니 나현순(강부자 분)에게 이봄이와 사귀게 된 사실을 알렸고 어머니의 실망 어린 시선을 감내해야했다.
이어 이혁수는 강동하를 만나 정중하게 헤어져 달라 부탁했다. “대표님과 그런 인연이 있다 보니 봄이가 여러가지로 판단력이 흐려진 것 같다”며 “그래서 부탁드리러 왔다. 우리 봄이 밀어내 달라. 대표님도 따님이 있다는 얘기 들었다. 한 번만 입장 바꿔서 내 마음을, 딸 아이 가진 아버지 심정을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이혁수의 말에 강동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강동하와 이봄이의 주변 관계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봄이는 강동하의 동생 강동욱을 사귀었고, 강동욱은 이봄이가 아니라도 그의 아버지 이혁수와 한 병원에서 의사 선후배로 깊은 우정을 나눈 사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이혁수와 그의 아내이자 이봄이의 엄마 조명희(심혜진 분)가 운영하는 병원은 강동욱이 없으면 곧 위기에 빠질 상황에 처해있다. 더불어 과거 이봄이가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던 것도 강동욱이다.  
이봄이 부모의 입장에서 강동욱은 여러모로 필요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이혁수는 딸의 의사를 존중해 강동욱과 이별을 택한 딸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냉철한 조명희는 이봄이의 마음이 변한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강동욱과 딸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이어보려 애를 쓴다.
이처럼 복잡한 관계도 속에서도 이 드라마에는 악역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강동하-이봄이의 사랑은 심장으로 맺어진 운명적인 사랑이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강동하와 이봄이의 관계를 반대하는 이혁수 역시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해가 가능하며 다소 강한 인상의 조명희 역시 딸의 행복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병원을 떠나지도, 그렇다고 남아있지도 못하고 있는 강동욱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사안. 
결국 강동하와 이봄이의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슬프고 아쉬운 일일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을 향한 미안함 속에서도 사랑을 지켜나가려 애쓰는 연인의 모습이 조금 더 안타까운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내 생애 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던 여인 봄이가 장기이식을 받은 후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 강동하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멜로 드라마.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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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봄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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