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도전’ SK, 4강 대신 감동 남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10.17 21: 27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막판 페이스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 마지막까지 4강 경쟁을 벌였다. 비록 4강이라는 궁극적인 성과물을 얻지는 못했지만 SK의 기적 같은 도전은 팬들에게 큰 감동을 남겼다. SK가 최소한의 성과는 남긴 채 2014년을 마감했다.
SK는 1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초반 내준 점수를 만회하지 못하며 2-7로 졌다. 1회 3실점, 2회 1실점을 하며 분위기를 뺏긴 것이 패인이었다. 반대로 공격은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계속해서 주자들을 득점권에 보냈지만 좀처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힘겨워보였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중압감이 SK 선수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날 LG가 사직에서 롯데에게 패함에 따라 SK가 이날 경기에서 이겼다면 극적인 역전 4강이 가능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함에 따라 사직 경기 결과와는 관계없이 5위가 확정됐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그래도 SK 선수단을 탓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시즌을 포기하며 경기장을 뒤돌아서는 듯 했던 팬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박수를 받기에는 충분한 막판 스퍼트였다. SK는 전반기 83경기에서 34승49패(.410)로 8위에 머물렀다. 최하위 한화와의 승차가 2.5경기밖에 나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선수단 사정은 후반기에도 그리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SK는 가진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후반기에 일어섰다. 17일까지 후반기 들어 27승16패2무를 기록하며 승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LG와의 시즌 막판 눈부신 집중력 경쟁은 전체 프로야구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은 더 놀라웠다. SK는 올 시즌 전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덕을 보지 못했다. 개막과 함께 해던 두 명의 외국인 선수들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조조 레이예스는 부진 끝에 퇴출당했다. 후반기 들어 마무리 전업 후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여주던 로스 울프는 아들의 병환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외국인 타자는 사실상 시즌 내내 없었다. 루크 스캇은 부상과 항명 논란으로 퇴출됐다. 그나마 잘 던지던 대체 외국인 트래비스 밴와트는 정작 가장 중요했던 시즌 막판 부상으로 이탈했다.
국내 선수들도 부상에 시달렸다. 마무리 박희수와 8회를 책임져야 할 박정배는 후반기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최정은 시즌 내내 허리, 목, 햄스트링에 연쇄 부상이 오며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상 가진 전력의 30% 정도는 빠져 나간 상황에서 시즌을 치른 것이다. 그럼에도 SK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그리고 고참 선수들의 분전, 불펜 선수들의 눈부신 투혼을 바탕으로 기적 같은 4강 도전기를 이어갔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다. 미래가 꼭 밝은 것만은 아니다. ‘에이스’ 김광현이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고 최정 김강민 조동화 나주환 등 핵심 선수들이 대거 FA로 풀린다. 모두 다 잔류시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전력이 더 약화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비롯, 세대교체의 가능성은 밝아졌다. 타선에서는 이재원 이명기 김성현 임훈 박계현 한동민 등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내년 전망을 밝게 했다. 마운드에서는 여건욱 문광은이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올랐고 추격조 선수들의 가능성을 다시 봤다.
김광현의 이탈에 대비한 마운드 보강, 외국인 선수 선발, 외부 FA 영입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좀 더 정교한 그림을 그린다면, SK는 내년에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승후보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올 시즌 SK는 아직 ‘왕조의 저력’이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4강 대신 감동과 가능성을 남긴 SK의 야구는 좀 더 구체적인 희망과 함께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박수 받을 자격이 있는 SK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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