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마담뺑덕'의 참패...온탕과 냉탕 사이[연예산책]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0.18 07: 45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제 2의 전성기를 구가중인 배우 정우성이 최근 출연영화 두 편에서 온탕과 냉탕 사이를 오갔다. 바둑을 소재로 한 스릴러 액션 '신의 한수' 원톱 주연으로 흥행과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단숨에 때려잡더니 격정 멜로 '마당 뺑덕'에서 저조한 관객 동원의 쓴 잔을 들었다.
정우성은 벌써 연기 데뷔 수 십년째다. 1990년 대한민국 청춘의 아이콘으로 출발한 후, 산천이 몇 번 바뀌는 길고 긴 세월동안 정상의 자리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배우다. 오로지 영화 한 우물만을 판 그의 필모그래피는 넓고도 깊으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출연작 한 편 한 편 흥행에 감정을 드러낼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그도 '감시자들' 악역부터 '신의한수'까지 최근 일련의 작품들에서 40대의 완숙한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연속 흥행에 성공한 사실에는 고무됐을 게 분명하다. '관상'의 절친 이정재와 함께 충무로 40대 배우 투톱 시대를 열면서 제 2의 전성기를 함께 지내는 것도 경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격정 멜로라는 장로의 흥행 난관은 정우성조차 넘긴 힘든 벽이라는 게 이번 '마담뺑덕'으로 밝혀진 셈이다. 얼마전 '음란서생'의 흥행 메이커 김대우 감독이 송승헌이라는 빅카드를 써서 만든 '인간중독'도 같은 가시밭길을 걸은 바 있다. 한국 관객은 멜로를 외면하기 일쑤고 '어지간히 야하다'는 소문이 돌지 않는 한 특히 격정 멜로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 '마당뺑덕'은 장르의 호불호만 갖지 않는다면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가 충분한 작품이다. 또완숙한 연기를 선보인 정우성이 '전라노출'이라는 추가 서비스까지 제공했으니 볼거리도 대단했다. 정우성은 영화 현장에서 지내는 시간을 가장 편안해 하고 매 출연작마다 변신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걸 즐기는 배우다. 기자와의 몇 차례 인터뷰와 만남에서도 이 점을 자주 강조하곤 했다.
정우성이 일련의 상업영화로 흥행가도를 달리는 와중에 관객 동원이 쉽지 않아 보였던 '마담뺑덕' 출연을 주저하지 않은 배경이다.  OO편 연속 흥행성공이란 타이틀 보다는 지난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한결같은 정우성 식 스타일, 즉 변화와 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마담 뺑덕'에서 그는 욕망으로 인해 눈이 머는 현대판 '심청전' 심학규 역을 맡아 다양한 연기 스펙트렘 경력에 또 하나를 추가했다.  "방탕하고 탐욕스러운 생활을 하게 되는, 그 과정에서 보이는 정사신에서는 그런 생활 속에서 무너져가는 학규를 표현해내고 싶었다"며 "시나리오가 정말 참신했지만 시나리오를 덮으면서 '학규는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힘들 것임을 알았다"는 출연소감을 밝혔다. 그래도 그는 했고 그래서 배우 정우성이다.
지난 2일 개봉한 '마담뺑덕'은 17일 박스오피스 10위에 턱걸이하며 누적관객 46만명을 기록했다. 정우성에게는 관객 전체의 숫자보다 영화를 본 한 명 한 명의 감상이 소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음 달 3일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을 맡아 네팔로 떠난다. 봉사활동을 위해서다. 그리고 돌아와 새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찍는다. 영화팬이라면 누군들 바쁘게 열심히 사는 배우 정우성을 잊을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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