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의 갈림길, 주연으로 가느냐 조연으로 남느냐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4.10.20 07: 58

[OSEN=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배우 조진웅이 2년 만에 만년 조연에서 타이틀 롤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그 시험 무대는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장진 감독)가 될 전망이다.
 김성균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 조진웅은 이 102분짜리 휴먼 코미디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내놓게 됐다. 감독과 더불어 자본과 흥행을 책임지는 상업 배우로서 자신의 구매력을 입증시킬 또 한 번의 기회이자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2004년작 ‘말죽거리 잔혹사’ ‘우리 형’에서 단역으로 충무로 곁불을 쬐기 시작한 조진웅은 남들보다 일찍 단역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같이 작업해 본 감독과 연출부들에게 실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대사 있는 배역을 비교적 빨리 꿰찬 것이다. 부산 경성대 연영과 출신인 그는 고향에서 올 로케한 박중훈 주연 ‘강적’(06)에서 형사 역으로 대사 있는 배역을 처음 따내게 된다.

이후 흥행은 안 됐지만 ‘폭력써클’ ‘마이 뉴 파트너’ ‘GP506’ ‘달콤한 거짓말’ ‘부산’ 같은 영화로 실력과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가 전국구 배우로 수면 위에 올라온 건 지난 2011년. 처음으로 포스터에 얼굴이 게재된 영화 ‘글러브’와 같은 해 방송된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무휼 역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7년 무명을 떨치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고지전’ ‘퍼펙트게임’에 이어 ‘범죄와의 전쟁’까지 잇따라 터진 것이다. 윤종빈 감독의 히트작에서 뺨에 칼집 자국 선명한 깡패 김판호로 나온 조진웅은 최민식 하정우와의 투샷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과 몰입감으로 관객에게 배우 보는 맛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2011년은 조진웅에게 배우로서 가장 큰 획을 긋게 한 해였다.
 하지만 이듬해 최악의 영화로 꼽힌 ‘5백만불의 사나이’ 우정출연에 이어 첫 주연 도적작 ‘용의자X’가 처참한 흥행 실패를 기록해 그를 낙담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소속사 배우인 문소리 이제훈 곽도원과 공동 주연한 ‘분노의 윤리학’도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고, 차기작 ‘파파로티’ ‘화이’ 역시 좋은 평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이제 조단역 설움 끝났다’며 주연에 출사표를 낸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에 물을 먹은 것이다.
 기사회생의 심정으로 출연한 ‘끝까지 간다’ ‘군도’에 이어 조진웅의 연기가 다시 주목받은 건 ‘명량’이었다. ‘명량’을 본 한 일본인은 “류승룡의 일본어 대사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조진웅은 발음과 미세한 악센트까지 일본 배우라 해도 믿을 만한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2012년 주연에 나섰다가 관객의 합격점을 받지 못한 조진웅이 ‘우리는 형제입니다’로 2년 만에 재수에 도전, 다시 대중들에게 성적표를 받게 됐다. 누군가는 ‘섣부른 주연 욕심’이라 하고, 한쪽에선 ‘이미 주연 능력과 포스를 갖췄다’고 치켜세운다.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보여준 조진웅의 연기는 호평이 많지만 여전히 빈틈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액션이나 움직임이 있을 때는 연기가 빛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의 무표정 연기는 어딘가 비어보이고 여전히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송강호나 최민식처럼 아무런 액팅(acting)을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큰 울림과 연기의 자장이 느껴져야 하는데 아직 조진웅에겐 이런 면을 기대하기엔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인색한 평도 나온다.
 하지만 조진웅은 분명히 현재 보다 미래가 더 궁금한 배우임엔 틀림없다. 무엇보다 지치지 않고 타석에 들어서는 자신감과 데드볼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지가 그의 연기에 투영돼있기 때문이다. 그가 재수 끝에 주연급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다시 한 번 높고 험한 주연 문턱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될지 궁금하다.
bskim0129@gmail.com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