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서태지가 변했다..딸 '삑뽁이'를 위해[종합]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4.10.20 16: 59

"9집 뮤즈는 딸 삑뽁이, 가정 생기고 행복해져"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 끝났다"
결혼과 출산은 '문화대통령' 서태지에게도 큰 변화였던 것이 분명하다. 음악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방송을 대하거나 신곡 프로모션을 하는 모습 역시 좀 더 '대중적'으로 변했다. 모든 것은 그의 딸 '삑뽁이' 덕분이었다.
서태지는 20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그랜드볼룸에서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컴백 소감을 밝히면서, 새 앨범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날 서태지는 9집 앨범이 대중적으로 변한 것에 대해 "변절자라는 말을 들어왔었는데, 내 성격이 변하고 싶고 변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에 확실히 가정이 생기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여유가 많이 생기고 행복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느낌이 음악에 고스란히 전달이 많이 됐다"라고 말했다.
서태지는 "내 딸 삑뽁이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만들었다.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지금 현재로서 내가 제일 잘하고 관심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계속 어려운 음악, 쉬운 음악이 있지만 대중적이라고 말해주면 기쁘다. 난 그렇게 생각을 많이 못했는데 대중적이라면 좀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신드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린 친구들이 '서태지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만 알아도 기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서태지는 선공개곡인 '소격동'과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서태지는 "사회적 비판이 많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게 좋다. '소격동'의 시작은 내가 살았던 예쁜 마을에 대한 이야기였다. 삼청공원을 매일 다녔는데 시냇물이 말라 있어서 쇼크를 먹고 이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옥에 살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면서 80년대 서슬 퍼런 이야기도 담았다. 실제로 보안사가 있었다. 민방위 훈련 때는 탱크가 지나다녔고 그런 시대적 배경을 담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름답고 예쁘지만 살벌했던 동네다.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소격동'을 듣고 아름답지만 곧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그때 '아싸' 라고 했다. '소격동'은 사실 공포스러운 노래다. 2절에 내가 느꼈던 공포를 사운드에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특별히 사회적 비판을 한다기보다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노래였으면 한다는 생각이었다. '크리스말로윈'은 '울면 안돼'라는 캐롤에서 시작된 노래다. 나도 부모가 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울지 마라'고 아이를 달래는 것도 권력 아닌가 싶다. 아이가 울고 싶을 수 있는데 공포를 이용해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만든 곡이다. 어떤 분들은 산타를 권력자로 보고 회사 상사로 보기도 한다. 그런 다양한 해석들이 내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콰이어트 나이트'는 1년에 걸친 온전한 휴식과 1년에 걸친 앨범 및 곡 구성, 꼬박 2년 반의 치열한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과 선공개곡 '소격동'을 포함해 총 9트랙이 수록됐다. 서태지는 이번 앨범에서 각각의 노래를 선명한 멜로디와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노래들로 채웠으며, 그만의 동화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따뜻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앨범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동화책이라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소녀가 세상을 여행하며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와 그 소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서태지의 이야기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다. 대부분의 곡을 기타가 아닌 건반을 사용해 작곡, 음악적 변화와 앨범 주제의 표현뿐만 아니라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하는 20대 초반 서태지의 감성 흐름을 재현했다.
서태지는 "동화 콘셉트지만 아름답기 만한 동화는 아닌 것 같다"는 질문에 "예쁜 동화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동화도 잔혹 동화가 많다. 내 딸이 들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씀 드렸지만 어느 정도 스토리텔링이 있다"라며 "소격동에서 어린 시절 지내온 이야기, 아버지가 돼 느낀 감정들도 들려드리고 싶었다. 그런 스토리텔링이 있어서 앨범 곳곳에 한 소녀가 나온다. 그 소녀가 내 딸"이라고 말했다.
이어 "딸이 6~7살 됐을 때 모습을 상상해봤다. 세상을 여행하면서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담아서 마지막엔 태교음악인 '성탄절의 기적'이 있다. 실제로 일찍 만들어서 노래와 녹음을 끝냈다. 딸이 태어나기 전에 벅찬 감정을 담았다. 어머니와 아이가 같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뱃속에서 들으면 좋을 것 같다. 좋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지는 음악과 함께 딸 삑뽁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유독 밝은 표정이었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줄로만 알았던 문화대통령이 아닌 '딸바보' 아빠로 변한 모습이었다. 특히 이번 앨범 뮤즈를 딸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서태지는 "영감을 받는 것이 있다면 여행일거다.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많이 겪었는데, 그런 게 음악에 그대로 담겼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아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내 뮤즈는 딸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강렬한 이미지를 2세에게 받았고 그게 고스란히 나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가정을 갖고 행복해진 모습이 기자회견 내내 표현됐다. 아내인 배우 이은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딸에 대해 말하면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예민할 수 있는 질문도 여유롭고 쿨하게 받아 넘기는 센스도 돋보였다.
서태지는 공연에서 언급했던 '한물 간 가수'라는 말에 대해 "이번 공연에서 그런 말씀을 드렸다. 연출적인 노래를 소개하기 위한 멘트이기도 하지만 내 진심이 담긴 멘트이기도 하다. 앨범을 만들 때마다 좌절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온다고 말 못하는 심정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제 나이도 많이 들다 보니 '음악을 90년대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매일 '안 되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 과정을 겪고 음악이 완성되고 마음에 든다 해서 나온 게 9집 앨범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있다. 팬들에게 그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대신 더 소중한 추억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밤이 오면 스타는 그 자리에 떠 있을 거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서태지의 시대가 끝났다라는 말에 대해서는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 끝났다. 명백한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서 컴백했지만 그때부터 대중적인 음악은 분명 아니었고 마니악한 음악이었다. 대중들을 많이 버리게 된 셈이다. 마음속으로 미안하다"라면서 "서태지와 아이들 때 좋아해주신 분들이 안 듣기 시작한 시점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도 거부하거나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좋은 음악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태지는 "표절 이야기는 오래된 이야기이다. 3집 때 '교실이데아'라는 생소한 장르를 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컴백홈'도 사이프러스힐을 따라했다고 했다. 레퍼런스 삼은 건 사실이다. 표절이냐 아니냐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표절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예전엔 그걸 방송에서 '갱스터 랩은 이렇다' 해서 장르적으로 비슷할 수 있다고 해명하려고 노력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해명이 불필요한 것 같다. 본인 스스로 판단하거나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가 그걸 다 말씀드리려면 하루 종일 강의를 해도 어려울 정도다. 언젠가는 그런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음악 많이 들으시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태지는 5년 만에 9집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서태지는 '아직도 이슈의 중심'이라는 말에 "중심이 맞나? 내 음악을 오랫동안 믿고 찾아주신 팬들이 노래를 듣고 어떤 평가를 내리기도 하고 반면 내 오래된 안티팬들도 있다. 내가 음반을 내면 팬과 안티팬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한다. 굉장히 재미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견을 막 이야기 하는 건 좋다. 실제로 음악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털어놨다.
또 악플에 대해서는 "악플은 너무 오래됐다. 서태지와 아이들 때는 악플이 없었지만 언론에서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고, 우리가 뭘 해도 안 좋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시가도 있다. 그거에 영향 받은 대중도 있었다"라면서 "2000년대 안티사이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이어져 오고 있다. 그게 날 중심으로 놓고 있지 않다. 8집에서 9집까지 심오한 과정이 있었다. 내가 떡밥을 많이 던졌다. 진수성찬을 찾았다. 그걸로 재미있게 이야기 하시는데 중요한건 음악이고 나머지는 가심이다. 지나가면 잊힐 일들"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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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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